부산 북구 구포 개시장(가축시장) 폐쇄 과정에서 업체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보상금을 받고, 이 과정에 담당 공무원도 관여한 정황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19년 7월 구포 개시장의 철장이 철거되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DB

북부경찰서는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닌 업체가 보상을 받도록 명단을 허위로 작성해 넘긴 혐의(사기) 등으로 구포시장 상인회장 A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A 씨는 가축시장 철거 과정에서 보상협의회장 직을 맡았다. 경찰은 지난 2일 A 씨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을 신청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진행된 가축시장 정비 당시 이미 폐업한 업체도 명단에 올려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 가축시장에서 식당과 보신원 등 3개 업체를 운영하던 한 상인은 보상금 지급 기준이 정해질 당시에는 1개 업체만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문을 닫은 두 개 업체도 보상금 지급 대상 명단에 올려 수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해당 상인을 포함해 보상금을 받은 19개 업체 중 절반 이상이 A 씨에게 돈을 건넨 정황도 확인됐다. A 씨도 같은 주소에 다른 사람 명의의 업체를 추가로 등록해 1억 원 이상의 보상금을 챙겼다.

상인들은 보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보상받을 업체를 지정해두기도 했다. 보상 사업 공고는 2019년 5월부터 진행됐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미 4월에 보상 관련 감정평가를 마무리하고 업체 명단이 작성됐다. 경찰은 앞서 두 차례 압수수색으로 정황 증거를 확보(국제신문 지난 2월 22일 자 11면 보도)했다. 경찰은 업체별 보상 규모를 평가한 감정평가사도 사기 방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개입한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B 씨 등 3명의 북구 공무원과 부산시 공무원 C 씨를 각각 사기 방조 및 허위공문서작성,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A 씨가 작성한 명단에서 이미 폐업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업체가 있다는 걸 알고서도 그대로 사업을 진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9년 7월 가축시장 폐업 이후 같은 해 11월 몰래 영업하던 업체가 동물보호단체에 적발되면서 시 차원의 단속이 진행되자 단속 일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관련 공무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구포가축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생겨나 약 60년간 식용 개를 사고파는 시장으로 불렸다. 경기 성남 모란시장, 대구 칠성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시장으로 손꼽히며 성업하면서 동물 학대의 온상으로 지적받아 매년 복날 동물보호단체 등이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폐업 요구가 잇따르자 구와 시에서 보상 대책을 내세워 상인들을 설득했고 2019년 7월 완전 폐업이 결정됐다.

하지만 폐업을 결정하고 보상이 이뤄지는 과정에 각종 비위가 드러나면서 추후 진행될 사업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각종 문제가 발생한 사업에 추가로 예산 집행을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구는 한 달에 약 300만 원 이상을 생활 안정 자금 명목으로 폐업 업체 소유주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들은 가축시장 철거 이후 현재 조성 중인 주차장 건물 내에 점포 공간을 무상임대 받기로 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약속받은 상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