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약자 年 10만여명 혜택
- 부산시 “선불카드 이용 적고
- 후불제 확대 땐 사업비 부담”
- 예산 100억 늘 우려에 포기

전국 최초로 부산시가 도입한 대중교통과 택시 간 환승 할인 혜택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시는 이용자가 적고, 활성화 방안도 마땅치 않다는 점을 제도 폐지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교통약자인 청소년과 노인을 중심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 혜택을 보던 이 사업을 경제 논리로 폐기하는 데 대한 비판이 높다. 또 후불교통 카드로 제도를 확대하면 시민 혜택이 크게 늘어나지만, 시는 예산 문제로 서비스 확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는 이달 말 공공교통(택시) 환승할인제 운영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2017년 10월 시작된 이 정책은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시민이 대중교통에서 하차 등록한 뒤 30분 안에 택시에 탈 경우 기본요금 일부를 할인해준다. 500원이었던 할인금액은 2018년 5월부터 1000원으로 혜택이 커졌다.

시는 당시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하는 이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실제 사업이 시작된 2017년 3개월 동안 이용 실적은 2만2000건이었으며,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매년 10만 건 이상 이용 실적을 유지했다. 10대 청소년과 노인이 주된 이용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정책 폐지 이유로 이용률이 떨어진다고 내세우지만,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선불 교통카드에만 적용되는 현행 환승 할인 혜택을 후불 교통카드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건당 1000원의 할인금은 시비로 지원되는데 현재 연간 1억 원이 든다. 시 관계자는 “전체 교통카드 중 선불식 이용자가 1%, 후불식 이용자가 99%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후불 교통카드까지 환승 혜택을 확대하면 연간 100억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조만간 시민 홍보를 통해 환승할인 혜택 폐지에 따른 혼란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YMCA 오문범 사무총장은 “혜택 범위를 전체 후불 교통카드 이용자로 확대하는 게 어렵다면 연령 또는 혜택 횟수 등에 제한을 둬 부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며 “매년 10만 명 넘는 교통약자가 혜택을 보던 정책을 예산 문제로 폐기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일단 중단되더라도, 향후 가능한 방법을 찾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okje.co.kr

부산 택시환승제 이용 건수 및 보조금액      ※자료 : 부산시 연도 이용 건수 보조 금액 2017(10~12월) 2만2917건   1100만 원 2018 15만3277건 1억3300만 원 2019  16만1296건  1억6000만 원 2020  11만3603건 1억13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