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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나누다 <8> 김동식 작가

주물공장 노동자가 온라인에 쓴 소설, 10만 부 팔려나가다

  • 국제신문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1-02-21 20:01:07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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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중퇴 뒤 검정고시 졸업
- 팍팍한 삶에서 탈출구는 ‘망상’
-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로 옮겨
- 뜨거운 반응 쏟아져 작가의 길

- 아주 짧은 단편에 인간군상 담아
- 1년여간 300편 써… 마니아 열광
- 작품 갈무리 소설집 ‘회색인간’
- 출판 4년만에 베스트셀러 등극

- “30대에 뒤늦게 찾은 작가의 꿈
- 할까말까 고민않고 시도한 결과”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동식(36) 작가가 2017년 출간한 소설집 ‘회색인간’이 10만 부 이상 팔렸다. 1만 부 이상 팔린 책이 드문 요즘 출판계 사정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김 작가는 사실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다. 중학교 중퇴에 이어 고졸 검정고시가 최종 학력. 주물공장 노동자였다는 점은 세상을 더욱 놀라게 했다.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삶을 산 김 작가는 청년들에게 “꿈이 없는 게 죄가 아니다. 대신 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에 무조건 시도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출판사에서 그를 만났다.
   
우연한 계기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4년 전 소설집 ‘회색인간’을 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동식 작가가 청년들과 나누고 싶은 경험과 인생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찬영 PD
■글쓰기, 나도 한번 해볼까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 영도에서 자란 김 작가는 학교가 싫었다. 공부로 성공할 것 같지도 않은데 준비물을 챙기지 못해 자주 혼났기 때문이다. 결국 중학교를 중퇴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성인이 되자마자 일터로 나갔다.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갔다가 일감을 얻지 못해 PC방에서 3년 동안 일했다. 열악한 처우에 부당한 대우를 견디지 못한 그는 2006년 서울의 한 주물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PC방에서 하루도 안 쉬고 일해도 월급이 60만 원이었어요. 틀에 쇳물을 부어 제품을 만드는 주물공장에 갔더니 주말에 쉬고도 130만 원을 주더라고요. 뼈를 묻어야겠다 싶었죠.”

9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던 그에게 어느 날 우울함이 찾아왔다. 혼자 벽을 마주하고 단순 반복작업만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꽤 오랫동안 ‘망상’을 하며 근근이 버텼는데 더는 힘들었다. 그때 운명처럼 글쓰기와 만났다. 자주 찾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가입자들이 쓴 글을 읽던 그는 ‘아무나 글을 쓰네.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평소 하던 망상을 글로 옮겼다. “난생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재미있습니다’ ‘반전 좋아요’ ‘더 보고 싶어요’ 이런 댓글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었죠. 댓글에 중독돼 계속 글을 썼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되다

   
2017년 12월에 출간된 김동식 소설집 1~3편.
글쓰기 실력은 꾸준히 늘어났다. ‘다음에는 이런 표현을 써보세요’ ‘맞춤법이 틀렸습니다’며 세심하게 알려준 독자들 덕분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복날은 간다’는 닉네임으로 1년 반 동안 300편 넘게 글을 쓰자 출판 제의가 들어왔다. 작품을 갈무리해 김동식 소설집 1편 ‘회색인간’을 포함해 2·3편을 2017년 12월 동시 출간했다. 반응은 폭발적. “솔직히 망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댓글을 달아주시던 분들이 많이 구매해주셨어요. 1쇄를 6000권 찍었는데 4일 만에 다 나갔어요. ‘회색인간’은 지금까지 32쇄 찍었습니다.”

김 작가는 독특한 상상력과 판타지 설정이 돋보이는 초단편 소설을 주로 쓴다. 짧으면 원고지 20장, 길어야 80장밖에 안되지만 그 속에 각종 인간 군상과 현실의 모순이 날카롭게 드러나 마니아층이 두텁다. 다양한 앤솔로지(여러 작가의 작품이 모인 책) 작업에도 참여했다. 소설집 8편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는 MBC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로 옮겨졌다. 일부 소설집은 러시아나 일본에서 번역판이 나왔다. 그가 ‘반짝 스타 작가’로 끝나지 않은 비결은 꾸준한 작품 활동 덕이기도 하다. 3일에 1편씩 쓰자는 다짐을 지키며 지금도 많은 작품을 생산한다. 곧 김동식 소설집 시리즈의 마지막인 9권 ‘문어’와 10권 ‘밸런스 게임’도 출간한다. ‘문어’에는 그의 특기인 SF장르물이, ‘밸런스 게임’에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약 4년 만에 소설집 10권을 낸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김 작가는 답했다. “제 이름이 붙은 책이 10권이 나온 거잖아요. 신기해요. 제 인생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래서 인생이 재미있구나, 그런 생각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과 당장 할 일을 하라

꿈이 없는 청년기를 보내다가 뒤늦게 천직을 찾은 김 작가는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청년들을 향해 “꿈이 없는 게 죄는 아니다”고 말한다. “강연을 하러 학교에 자주 가는데 꿈이 없는 학생들이 죄인처럼 있어요. 선생님들은 제발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고. 그런데 꿈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사회 분위기가 너무 꿈을 강요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저도 평생 꿈이 없고 뭘 해야 할지 모르다가 글쓰기를 만났잖아요. 서른두 살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늦지 않더라고요. 꿈은 언젠가는 찾게 되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출간을 앞둔 김동식 소설집 시리즈 9권 '문어'와 10권 '밸런스 게임'. 요다 출판사 제공
김 작가는 이끌어주거나 조언해주는 이 하나 없는 어려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뭘 해야 할지 모른다면 당장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꿈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거창한 계획이 없어도 지금 닥친 일에 집중하면서 살면 나름대로 흘러가는 게 인생이더라고요.”

여유로운 태도로 인생을 바라보는 김 작가지만 꼭 지키는 룰이 하나 있다. “‘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에 무조건 시도한다’는 주의입니다. 시도해서 할 수 있으면 계속하고, 안 되면 말자. 무엇이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는 편이라 펜과 종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글쓰기도 시도해본 것 같아요. 대신 포기도 빠른 편입니다. 안된다 싶으면 바로 그만두죠. 이런 삶의 태도가 저를 여기로 이끌지 않았을까요.”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제작지원 : B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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