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 “특혜 시비, 사업 부적절”
- 군 “주민 위한 편의시설일 뿐”

부산 기장군이 군 소유 부지에 추진 중인 ‘치유의 숲’ 사업이 논란에 휘말렸다. 사업 예정지 인근에 기장군의회 김대군 의장 일가 소유의 부지가 있어 특혜성 시비가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의회는 사업이 추진되면 맹지인 김 의장 일가의 땅에 도로가 개설돼 개발 이익을 볼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반면 군은 주민 복지를 위한 사업이라며 맞서고 있다.

기장군은 장안읍 명례리 일대(7만7355㎡)에 19억4900만 원을 들여 치유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이번 1차 추경에 기본설계용역비(7908만2000원)와 진입도로 도시관리계획 결정용역비(3000만 원) 등 1억908만2000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본예산에도 같은 규모의 비용을 편성했으나 군의회에서 전액 삭감된 후 다시 이번에 편성했다. 당시 군의회는 해당 부지가 외딴 맹지로 접근성이 극히 떨어지는 데다 바로 옆에 김 의장 일가 소유의 부지가 있어 사업 추진이 적절하지 않다며 예산을 삭감했다.

A 군의원은 “이미 기장군 철마면에 더 큰 규모의 치유의 숲이 있다. 군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을 장소에 도로를 내고 수십억 원의 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사업 추진으로 인한 낙수 효과는 김 의장 일가가 독차지할 것이 뻔하다. 설령 사업 추진이 정당하더라도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점에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부터 추진된 철마면 치유의 숲은 4년 새 공시지가가 38% 올랐다. 이번 사업으로 김 의장 일가 부지에 도로와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막대한 이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군의회의 입장이다.

반면 군은 사업 추진이 정당하며 특혜는 없다고 주장한다. 앞서 군은 방치 중인 사업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3월 활용 방안 타당성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 치유의 숲 조성이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와 주민을 위해 사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오규석 군수는 “주민에게 힐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위에 의장 일가 부지가 있다고 해 사업을 못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누구의 땅인지보다 주민 행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도 “군에서 하는 사업일 뿐이다. 인근에 일가의 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얽히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