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단, 최근 3년 지표 조사
- 공방 부산진 75곳, 수영구 51곳
- 공공도서관 해운대·북구 많아
- 작품 유통량 강서·강동권 적어
- 도서·영상 주로 이용, 미술 저조

부산에서 ‘문화 슬세권’을 누리기 가장 좋은 지역은 중부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 슬세권이란 슬리퍼를 신고 갈수 있을 정도로 쉽게 문화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을 의미한다.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는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산시 문화지표조사’ 자료를 공개했다. 부산지역 문화지표 조사는 과거 부산연구원 등 지역 기관에서 2013년까지 시행하다가 중단됐다. 이에 센터는 지난해 지역 문화 예술 관련 지표 조사를 시작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집계된 지역의 공공 통계 데이터를 근거로 자료를 분석했다.

조사 내용을 보면 구군 단위 문화 지표를 조사 대상에 포함해 지역별 문화 편차 극복을 위한 정책 수립에 활용하도록 한 게 눈에 띈다. 센터는 코로나19로 행동반경이 좁아진 시대에 사회적 키워드가 된 ‘슬세권’에 초점을 맞춰 거주지 가까이에 있는 소규모 문화공간인 서점과 공방의 현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부산진구(서점 18곳, 공방 75곳)와 수영구(14곳, 51곳) 해운대구(21곳, 33곳) 동래구(18곳, 30곳) 순으로 서점과 공방이 많았다. 강서권 강동권 원도심권 동래권 동부권 기장권 등 6개 권역별로 봐도 부산진구 서면과 중구 남포동 책방 골목 등이 위치한 원도심권에 가장 많은 문화 편의시설이 분포했다. 특히 데이터를 서부산 중부산 동부산으로 나눠 분석하면 중부산에 가장 많은 문화 향유 시설이 집중돼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지역별 편중 현상은 문화 유통량 조사에도 반영된다. 2019년 부산지역 문화예술작품 유통량을 보면 6개 권역별로 원도심권(3개 권역별로는 중부산권 1435건)에서 903건의 가장 많은 작품이 시민을 만났다. 강서권(12건)과 강동권(252건)은 문화예술 작품 유통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부산에서 공연장이 가장 많은 지역은 남구로 파악됐다. 서구와 강서구, 연제구는 공연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는 원도심에 공연장이 가장 많고, 강서권과 기장권이 다소 부족하다. 공공도서관은 해운대구와 기장군 북구에 가장 많고, 사상구 서구 중구에 가장 적다. 생활권과 밀접한, 건물 면적 33㎡ 이상 열람석 6석 이상 자료 1000권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 작은 도서관은 기장군 해운대구 사하구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 문화 격차 완화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지급하는 문화누리카드 이용률을 보더라도 편중 현상은 눈에 띈다. 이용자들은 2019년 도서(38%) 영상(38%) 분야에서 카드를 많이 사용했고, 음악 미술 공연 등 분야 이용률은 1~3%로 저조했다.

센터 관계자는 “부산 1인 가구, 다문화가구, 미래유산, 문화예술 관련 사회적 경제조직 등 새로운 문화 현상도 조사에 반영했다”며 “해양문화자원 분포, 국제교류 현황도 포함한 해양문화환경을 조사하는 등 지역적 특성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