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경찰 전원 한 달 음주 자제령
- 불가피한 모임 땐 상부에 보고
- 무사고 귀가 여부도 상사가 체크
부산경찰청이 사실상 음주 회식 금지령을 내렸다. 최근 각종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고강도 대책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5일 직원의 음주 자제를 당부하는 내용을 담은 계획을 수립해 일선 경찰서에 전파했다. 음주 자제 기간은 다음 달 14일까지로 한 달간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건이 음주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강력한 음주 자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획에 따르면 음주 자제 기간에는 원칙적으로 저녁 음주 회식이 금지되고, 점심 비음주 회식으로 대체된다. 만약 불가피하게 저녁 회식을 할 경우 부서장에게 알리도록 했다. 회식을 주재하는 팀장과 계장은 모든 참석자의 귀가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부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사적인 술자리는 금지할 수 없지만, 가장 선임자가 마지막까지 남아 참석자의 귀가를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더불어 청문감사, 교통과,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주 1회 숙취 운전 불시점검도 시행해 항상 경각심을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경찰 내부는 ‘너무 한다’는 것보다는 ‘이참에 반성하자’는 분위기가 읽힌다. A 경찰은 “솔직히 최근 음주 관련 사고가 잇따라 터져 당혹스러웠다. 이렇게 연달아 사고가 나기는 처음”이라며 “위에서 말하지 않아도 직원이 먼저 술 자리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 경찰은 “요즘 하도 사고가 터져서 주변에서 ‘요새 경찰 왜 그러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사기도 땅에 떨어졌고 시민 볼 면목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은 저녁 약속을 잡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간부도 “어제 퇴근 길에 직원들과 술 한잔하려고 했는데 ‘내일 점심 때 맛있는 거 먹자’며 집에 보냈다. 이번 사태를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음주 관련 사고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24일 C 순경이 만취 상태에서 남의 차를 훔쳐 운전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같은 달 30일에는 D 경위가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지인 4명과 함께 훌라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지난 2일에는 부산경찰청 지하 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경찰 3명이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던 중 음주운전을 하고 이를 방조해 입건됐다. 지난 9일에는 부산경찰청 E 경정이 호텔 로비에서 성희롱성 발언과 함께 호텔 직원의 팔을 잡아당기는 등 소란을 피워 입건됐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