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데타 세력 밤 되면 동네 돌며
- 군부에 저항 주민 색출해 끌고가”

“5년 만에 다시 군부 독재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무늬만 민주주의인 미얀마를 완전한 민주사회로 만들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지지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부산외대 마메따라피 교수가 16일 모국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부산외국어대 마메따라피 미얀마어학과 교수는 16일 모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국제사회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총선에서 민주화 세력이 압승을 거두며 민주주의 정착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미얀마는 5년 만에 다시 군부 쿠데타 세력에 권력을 뺏기며 독재로 회귀할 상황에 처했다.

마메따라피 교수가 가족을 통해 들은 소식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과 군인은 밤이 되면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지 여부를 묻고 NLD로 확인되면 곧바로 연행해 간다. 그의 여동생도 누군가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을 내지 않아 무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거리에는 탱크와 총을 든 군인이 깔려 있으며, 지난 15일에는 총격 소리가 들리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동생이 알려왔다”며 “하루하루 상황이 나빠져 불안하다. 무엇보다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 대신 군부 독재로 돌아갈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헌법상 상·하원 의석 25%를 군부에 자동 배분한다. 군 최고 사령관도 군부가 뽑으며 국방과 안보, 국경경비 장관도 군부가 임명해 군부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마메따라피 교수는 “군부는 자신들의 권한이 위협당하면 이번처럼 언제든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며 “사실상 군부는 5년 전 형식적으로만 퇴진해 현재는 불완전한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마메따라피 교수는 이 같은 모순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미얀마 국민은 물론 한국 등 국제사회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얀마는 공식적으로 8개의 큰 민족이 있고 그 안에서 소수 민족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며 “UN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뜻으로 군부를 압박해 그들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도와야 한다. 또 군부도 향후 쿠데타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개헌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민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각국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시민이 공유하며 배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마메따라피 교수는 “과거 군부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완성한 한국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한국의 6월 항쟁이 지금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에야말로 반쪽짜리 민주주의를 완전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 모두 하나가 돼 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미얀마인은 군부 밑에서 수십 년간 노예처럼 살아왔다. 이제 해방해야 할 때”라며 “과거에는 군부의 총소리에 국민이 흩어졌지만 지금은 다르다. 두려워하지 말고 민주주의를 완성하자”고 결연하게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