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가 오라는데 어쩌나 ’
- 며느리, 맘카페서 고민 나눠
- 일부 올해 ‘시월드 탈출’ 환호
- 부모도 “자식 눈치보기 씁쓸”

- 부산~제주 항공편 70%대 예약
- 해운대 특급호텔 예년과 비슷

코로나19로 초유의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방역수칙이 시행되면서 부모님 댁을 찾아뵙느냐를 놓고 부모와 자식, 부부 간에 ‘눈치보기’가 이어지는가 하면 불화로 번지는 가정도 있다.

	나 홀로 귀성- 설 연휴를 이틀 앞둔 9일 서울역에서 시민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상당수 맘카페에는 ‘이번 설에 시댁을 찾아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나누는 글이 많다. 방역수칙에도 불구하고 찾아뵙는 게 도리라는 의견부터 ‘시월드 탈출’에 환호하는 이도 있다.

결혼 5년 차 정모(여·37·동래구) 씨는 설을 앞두고 연일 좌불안석이다.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1년에 대여섯 번씩 제사상을 마련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 설날만큼은 ‘시월드’에서 벗어나리라 기대했다. 정부가 5인 이상 가족 모임을 금지하면서 ‘명분’도 확보했다.

남편에게 “올 설날은 건너뛰자”고 말했지만 “누가 신고라도 하겠나”하는 시큰둥한 반응을 받아야 했다. 결국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시댁을 찾아갈지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정 씨는 “다시 전화를 드려서 올해는 못 가겠다고 말할 마음의 준비가 잘 안 된다”며 난감해했다.

맘카페는 이런 고민으로 북새통이다. 국법보단 가법(家法)이 우선인 게 현실이라 난처하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유명 맘카페의 한 누리꾼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니 가지 않는 게 맞지만, 명절인데 왜 안 오느냐며 (시부모님이)서운해하실 걸 생각하니 스트레스다. 신랑만 다녀오라 하기도 찝찝하다. 집안마다 한 명씩만 찾아가도 5인은 넘게 모이게 된다”며 하소연했다. 또 다른 회원도 “정부가 집합 금지를 한들, 시어머니가 오라고 하시면 며느리들은 가야 한다”고 적었다.

가족이 모이는 문제로 부부 간 갈등까지 비화된 사례도 적지 않다. 김모(51) 씨는 “집사람과 이 문제로 며칠째 다퉜다. 결국 아이와 집사람은 모두 빠지고 우리 4형제만 차례를 올리기로 했다”면서 “방역도 좋지만 명절에 가족들조차 모이지 못한다니 씁쓸하다”고 한 숨 쉬었다.

부모들도 자식 눈치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경남에 거주하는 박모(68) 씨는 부산과 울산에 사는 삼 형제에게 이번 설에는 고향에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 씨는 “말이야 오지 말라고 했지만, 마음이야 어디 그렇겠나. 지난 추석에도 코로나 때문에 손자들을 보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정부 방침이니 따라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썰렁한 설날’이 예고된 가운데 예년 같으면 일찍부터 연휴로 활기를 띠었을 관광지도 좀처럼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11일 에어부산(지난 8일 오후 2시 기준)의 부산발 제주행 항공편 예약률은 78%다. 연휴가 끝나는 오는 14일 제주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비행편 또한 79%의 예약률을 보였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지난해 9월 29일~30일) 부산에서 제주로 향하는 항공편의 평균 예약률은 88% 수준이었다. 해운대구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연휴가 끼어서 예약 손님이 조금 늘고는 있지만, 예년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조금 밑도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