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육 중 욕설·폭행 당한 보육사
- 끝내 아이 폭행 후 퇴사하기도
- 활동 제한에 ‘코로나 블루’ 심화
- 소통으로 자율적 규칙 만들어야
코로나19 여파로 아동생활시설 입소자의 외출과 외박, 면회가 1년 가까이 제한되면서 아동과 생활지도원(보육사)이 극심한 ‘코로나 블루’를 겪는다. 특별한 사정이 아니고선 외출 허가를 받기가 어려워진 탓에 혈기왕성한 아이들은 일체의 외부활동을 할 수 없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이들을 돌보는 보육사도 업무 강도가 높아진 실정이다.
지난달 부산 동구 A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한 학생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운전면허를 따려 했던 이 학생은 시험 응시를 위해 시설에 외출을 요청했지만, 허가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가 내린 ‘코로나19 유행 대비 사회복지시설 대응 지침’에는 등교나 생계 유지를 위한 출근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외출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학생은 시설의 허가 없이 면허시험을 치르고 돌아왔고, 시설 내 자활 공간에서 3일간 자가 격리되는 훈육성 조처를 받았다. 학생이 격리된 공간은 온수시설이 고장 난 상태였다. 대책을 요구하자 “커피 포트로 물을 끓여서 씻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학생은 신문고를 두드렸다.
코로나 블루로 아동과 보육사 간 갈등도 커진다. 지난달 해운대구의 B 아동시설에서는 보육사가 다혈질의 사춘기 아이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화를 참지 못한 해당 보육사는 아동에게 폭행을 행사한 뒤 퇴사했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의 아동생활시설은 모두 52곳으로 ▷아동양육시설 21곳(900명) ▷아동공동생활가정 27곳(155명) ▷학대 피해 쉼터 4곳(17명) 등에 1072명의 아동과 청소년이 생활한다. 아동생활시설은 여러 명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곳이어서 집단감염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다른 시설보다 ‘선제적인’ 조처가 이뤄졌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코호트 격리나 다름없는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아동과 보육사 모두가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다. 특히 일부 시설은 감염 차단을 위해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면서 갈등이 심해지는 경향도 있다. 시 관계자는 “학생들의 외출, 외박 금지가 길어지면서 현장에서 스트레스에 따른 민원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상황”이라며 “시설과 학생, 보육사와 학생 간 갈등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시설이 규율을 앞세우기보단 아동과 소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윤영 부산종합사회복지관장은 “복지부의 지침이 세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침이 그렇다고 해서 아동에게 강한 규율을 내세울 수만은 없다”며 “시설과 아동이 ‘아동의 최대 권익’을 중심으로 한 자치적인 생활 규칙을 정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와 갈등을 함께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