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찬성 측 가처분 신청 내

부산 남구의 대형사찰인 동명불원이 주지스님 재신임 투표에서 기권표의 해석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기권표를 반대표로 해석하는 쪽과 무효표로 보는 쪽이 맞서면서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동명불원은 최근 재단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차 변론을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1월 23일 열린 주지스님 재신임 투표에서 찬성 7표, 반대 6표, 기권 1표가 나온 뒤 의장이 가결을 선포했다가 반대 측 항의로 다시 부결 처리되자 찬성 측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것이다. 정관에 따르면 재단 이사회 안건은 이사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이사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가부동수일 때는 재단 이사장인 의장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투표에서는 가부동수 여부를 가르는 기권 1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논란이 됐다. 주지스님 재신임 찬성 측은 최근 법무법인 화우에 문의한 결과 ‘특정인의 가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기권을 찬성이 아닌 반대로 해석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반대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찬성 7 대 반대 7’의 가부동수를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의장이 애초 가결을 선포한 대로 주지스님이 재신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 측은 투표상 과반인 8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결이라는 입장이다. 정관상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되지만, 기권은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찬성 7표, 반대 6표로 과반 기준인 8표를 못 얻어 부결이라는 것이다.

동명불원의 이번 논란은 재단 이사들과 부산시의 갈등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동명불원은 지역기업 동명목재를 운영하던 고 강석진 회장이 1973년 건립 후 1976년 시에 헌납했다. 이후 시가 동명불원 재단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재단 이사회는 15명으로, 당연직인 신도회장과 주지스님 외에 부산시 추천 인사 7명, 재단 추천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재단 이사회 중 일부는 주지스님의 재신임에 찬성하는 반면 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찬성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과 함께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도 제기한 만큼 법원에 최종 판단을 구할 계획이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