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침해 논란에 불만 터져 나와
- 외부인 왕래 ‘방역 효과’도 의문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이유로 소방공무원 신규 임용자(교육생)들이 집합시설에서 석 달간 외출과 외박을 제한받으면서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크리스마스에도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등 교육생 사이에서는 사실상 ‘감금’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경남 양산 해운청소년수련관에서 생활하는 부산소방재난본부 교육생의 모습. 이들은 코로나19 탓에 두 달 넘게 외출·외박이 제한된 채 합숙 교육을 받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28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부산소방 32기 신규 임용자 153명은 지난 10월 19일부터 합숙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10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외박·외출을 나가지 못했다. 주말에도 생활관에서 대기했다.

교육생들은 오전에 부산 북구 금곡동 부산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뒤 저녁에 다시 숙소의 생활관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보낸다. 원래 북구 금곡동 부산시 인재개발원을 숙소로 썼지만, 이곳이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되면서 지난 1일부터는 경남 양산 해운청소년수련관(4인실)으로 옮겼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교육생들은 매주 수요일 외출을 나올 수 있었다. 주말에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외박이 제한되면서 석 달째 숙소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때도 생활관에 머물러야 했다. 종교를 가진 교육생도 숙소에서 성경을 읽는 것으로 성탄절을 기념했다. 기혼자 교육생을 우선으로 지난달 한 차례 면회가 허용될 정도다.

교육생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온다. 교육생은 부산소방이 귀가를 금지시킨 주말에도 식사 비용을 사비로 부담해왔다. 또 교육생 외에 교관이나 서울 등에서 오는 외래 교수는 출퇴근하고, 숙소로 사용 중인 청소년수련관은 외부인들도 이용하는 탓에 ‘강제 방역’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교육생은 “상황이 심각해져 교육을 마칠 때까지 외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수상황인 만큼 불편함은 일부 이해하지만, 매점 외에는 별다른 편의시설도 없고 시설도 낙후했다”고 말했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사설 감옥에 감금된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푸념도 나온다.

교육생의 항의가 빗발치자 부산소방은 이날부터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기숙사(2인실)로 숙소를 옮겼다. 소방 관계자는 “자칫 소방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어 어쩔 수 없이 외출·외박을 제한 중이다. 대신 토요일에도 수업을 진행해 수료 기간을 24주에서 20주로 줄였다. 최근에는 4주 실습 과정도 취소돼 16주로 다시 축소됐다”면서 “교육생들이 느끼는 불편함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신규 임용자들은 내년 2월 5일 교육 과정을 끝마친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