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매입하고 보니 ‘D등급’
- 신축 예산 기존보다 4억 늘어

부산 중구가 전임 구청장의 공약사업이란 이유로 급하게 추진하던 공용목욕탕 추진사업이 졸속 논란을 빚고 있다. 너무 낡아서 쓸 수 없는 건물을 사들여 낭패를 보는 것은 물론 면밀한 검토 없이 공사비를 책정해 예산 초과로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 구의회에서는 “예산이 더 늘어났는데도 애초 계획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부산 중구가 매입한 공용목욕탕 건물. 현재는 신축을 위해 철거됐다. 중구 제공

구는 대청동에 조성 중인 ‘행복복지목욕탕’의 시설 규모를 축소한다고 9일 밝혔다. 내년 10월 개장을 목표로 진행 중인 이 사업은 윤종서 전 청장의 공약으로, 공용목욕탕이 없어 불편을 겪는 주민을 위해 추진됐다. 애초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목욕탕을 지으려 했지만, 필요 예산이 4억 원가량 늘어나면서 지상 3층으로 층수를 줄였다.

사업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구청장 공약 사업인지라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기류가 흘렀다. 애초 사업은 환경위생과가 전담했지만, 직원 수나 공사 관련 업무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자 행정지원과로 사업 추진 주체가 바뀌었다. 행정지원과는 새로 건립 예정이던 대청동 주민센터에 목욕탕을 넣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하려 했다. 이럴 경우, 목욕탕은 구청장의 임기가 끝난 뒤에나 완공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게다가 주민센터에 목욕탕을 추가하는 데 필요한 사업비를 새로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부상했다.

결국 애초 계획이었던 목욕탕 별도 건립 쪽으로 사업 방향이 정해졌고, 담당 부서도 ‘목욕탕 역시 복지’라는 논리에 따라 복지정책과로 변경됐다.

사업 차질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구는 1991년 건립된 낡은 건물을 매입한 뒤 목욕탕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하고자 계획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9억1000만 원을 들여 매입하고 보니 건물이 너무 낡아 공공시설로는 도저히 쓸 수 없었다. 지난해 8~10월 건물의 구조안전진단을 진행한 결과, 보수·보강이 필요한 수준인 안전종합 D등급으로 판정됐다. 건물 내·외부에 균열과 누수가 확인되는 등 노후화 정도가 심각해 꾸준한 보수 작업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구는 다시 리모델링 대신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새로 건물을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신축 계획을 세운 뒤에도 문제는 이어졌다. 사업비가 말썽이었다. 구가 목욕탕 신축을 결정한 건 구체적인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하기 전이었다. 5층 건물이라면 공사비가 18억4000만 원 정도 될 거라는 민간 건축사의 말을 믿고 신축을 진행했는데, 실제 용역 결과를 보면 온탕기 같은 다양한 기계설비 구입 등을 포함해 추산한 사업비는 22억6000만 원이었다. 구는 사업비 증가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시설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중구의회는 구청장 공약이란 이유로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된 결과라고 질타했다. 김시형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필요한 사업비가 얼마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급하게 진행했다. 예산은 많이 늘어났는데도 애초 계획 중 제대로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