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할머니집 방문 일가족 21일 확진
- 자녀 다니는 초등학교·학원 전수검사
- 주민들 영문 몰랐다가 뒤늦게 인지
- 안일한 방역 대응 질타 목소리 커져
- 시, 사흘째인 오늘에서야 브리핑 예정

부산 강서구 일가족(경남 기타 3~6번)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역 내 확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부산시는 이 일가족의 밀접 접촉자가 이용하는 통근버스와 자녀의 초등학교, 어린이집 등에 대해 대대적인 접촉자 진단검사를 벌이고도 방역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아 주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가족의 확진 소식을 접한 이 지역의 일부 학교와 어린이집이 23일부터 원격수업 또는 자가격리를 알리면서 영문을 몰랐다가 뒤늦게 맘카페 등에서 정보를 취득한 학부모는 시의 ‘느긋한 대응’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2일 강서구 주민 정모(36) 씨는 “남편 통근버스에 밀접 접촉자가 동승했으니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인터넷 맘카페에는 전날부터 특정 초등학교, 어린이집 아이들이 검사 대상자가 되면서 걱정하는 글이 잇달았는데, 방역당국에서는 공식 발표가 없어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이 맘카페의 정보에만 기댄 채 불안감에 시달린 사흘 동안 시 방역당국은 강서구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아무런 공식 발표를 내지 않고 있다. 시는 23일 오후 공식 정례 브리핑에서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교육청이 걱정이 많은 학부모를 고려해 이날 오후 강서구 A초등학교 학생 B(경남 기타 4번) 군과 같은 반 친구 C(부산 631번) 군이 각각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B 군 가족은 경남 창원 외할머니(경남 450번)가 지난 19일 확진 판정을 받자 다음 날 검사를 받고 21일 모두 확진됐다. B 군과 부모, 동생은 14, 15일 경남 창원을 방문했다. 방역당국은 21일 B 군과 같은 학년이거나 같은 층을 쓴 학생 및 교직원 등 257명과 학원 접촉자 55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B 군 동생이 다닌 어린이집 아동과 보육교사도 관할 보건소에서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 보건당국은 공식적인 확인을 미루고 있다. 또 이날 시가 발표한 신규 확진자 가운데 영도구에 사는 628번이 경남 기타 6번(B군 가족) 접촉자로 분류됐지만, 접촉 경위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가운데 시의 안일한 방역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주민은 “타지(경남)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부산 확진자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해서 정작 지역사회에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특히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등 아이들이 집단감염 우려에 노출된 상황에서 시가 신속하게 발생 경위와 대책을 발표하지 않는 것은 너무 느긋한 대응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