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에 가엾은 길냥이를 지켜주세요”.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의 먹이 창고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2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에 따르면 현재 을숙도생태공원 내 길고양이를 위한 사료 보관 창고가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관리단(수공)의 낙동강 하구둑 경관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이전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 기한은 오늘(23일)까지다.

　이 창고는 2015년 만들어졌으며, 을숙도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100여 마리에게 줄 사료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돼왔다. 본래 이 땅은 수공과 임대 계약을 맺은 환경운동단체 사무실 부지에 포함된 곳이었다. 동물단체는 이 단체에 양해를 얻어 일부 공간을 창고로 사용했는데, 임대 기간이 끝나고 리모델링 공사가 예정돼 장소를 옮겨야 한다.

　문제는 마땅한 대체 장소가 없다는 점이다. 동물단체는 관할 지자체인 사하구와 수자원공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사하구 관계자는 “수공에 공문을 발송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방법을 찾겠지만 이전 기한 이내에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공 측 또한 공사를 미룰 수 없으며 다른 대체 부지를 내주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물단체는 현재 을숙도에는 100여 마리의 길고양이가 사는 것으로 추산한다. 기온이 급감한 상황에서 당장 이번 주부터 사료 배식이 어려워져 이 가운데 몇 마리나 올해 겨울을 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을숙도에 사료를 나눠주는 급식소만 20곳이다. 사료 창고가 사라져 배식에 차질이 생기면 길고양이들이 인근 철새의 알을 먹을 가능성도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