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착용땐 과태료 10만 원 불구
- 식당·카페 대부분 ‘노 마스크’
- 현실성 없어 지키기 어려운데다
- 업주는 손님에 강요하기 힘들어
- 지자체도 사실상 계도 수준 그쳐

지난 13일부터 마스크 의무 착용과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 부과가 시작됐지만 벌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은 “숟가락을 입에 넣을 때만 마스크를 내리라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며 현실성 없는 정부 대책에 비판을 쏟아냈다. 업주와 지자체도 시민과의 충돌을 우려해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15일 부산 동래구 한 카페를 찾은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턱에 걸친 채로 일행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지난 13일 부산 영도구의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은 시민은 주문 후 바로 마스크를 내렸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마주 앉은 일행과 대화를 나눴다. 15일 중구 보수동의 한 식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님 대부분이 음식을 주문한 후 곧바로 마스크를 내렸다. 종업원도 별다른 주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모(41) 씨는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컵을 입에 대거나 젓가락을 입에 물고 대화를 나눴다. (단속을 의식해) 미리 나온 반찬을 입에 갖다 대고 대화하는 사람도 있더라. 커피숍에는 빨대를 이용하면 될 것 같다”며 “이런 현실성이 없는 정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모(38) 씨도 “정부의 방역 정책에 따르는 편인데, 이번에는 도를 넘은 것 같다. 실행하기 쉽지도 않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클럽과 노래연습장뿐만 아니라 식당과 카페 등 일반시설도 과태료 부과 대상에 들어가면서 사업자도 난감함을 토로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주문할 때,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음식 섭취 후, 계산할 때 등 음식을 먹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업주가 마스크 착용 의무를 안내하지 않으면 1차 최대 150만 원, 2차 이상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영도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모(28) 씨는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손님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안내하는 것은 손님에게 나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런 규제 때문에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식당 종업원 A 씨도 “방송으로 수시로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지만 따르지 않는 손님이 많다. 직원 입장에서 손님에게 주의를 주기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역시 적극적인 단속을 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집중적인 단속을 하지 않거나 계도 활동에 그치는 형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단속은 나갔는데 시민과 충돌이 우려돼 실제로는 단속하지 못했다”면서 “단속 인원은 그대로인데 음식점이 포함되면서 구 전역으로 범위가 늘어났다. 솔직히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털어놨다.

부산시 관계자는 “단속과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타인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며 “과태료를 부과함으로써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을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