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A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친구와 형 등에게 갈취를 당했다. 아이들 사이에 ‘은행’으로 불려지면서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돈을 요구 받았다. 돈이 없으면 폭행을 당했고, 길거리에서 앵벌이를 해오라는 강요도 받았다. 결국 A군의 가족은 학교전담경찰관(SPO)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갈취를 주도한 3명에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고, A군에게 한번이라도 돈을 요구했던 아이들에겐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요구로 ‘회복적 경찰활동’을 통해 용서의 기회를 줬다. 가해자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이 참여한 대화모임에서 가해자들은 진심으로 A군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이행문을 적었다.
9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11월 현재까지 이 같은 ‘회복적 경찰활동’으로 총 21건을 접수해 조정을 마쳤다. 현재 총 16개의 구·군경찰서 가운데 7곳이 회복적 경찰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기장경찰서도 한 건의 실적을 올렸다.
사하경찰서와 부산진경찰서가 나란히 7건의 조정을 마쳐 지역 내 최다를 기록했다. 금정경찰서가 2건으로 뒤를 이었고 나머지 동래, 서부, 해운대, 북부, 기장 등이 1건의 조정을 마쳤다.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이 같은 실적에 지역 경찰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조정재 사하경찰서장은 “관계회복과 피해자가 치유되는 것을 핵심가치로 삼는 회복적 경찰활동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회복적 경찰활동이란 현행 가해자 검거와 처벌 위주의 사법처리 시스템을 넘어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 및 가해자와의 갈등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의하는 경우 회복적 대화모임을 통해 사과, 재발방지, 피해회복 등을 약속해 긍정적으로 공동체의 안전과 평온을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회복적 대화에는 경찰로부터 의뢰받은 상담전문가가 참여, 가·피해자와 각각 사전 모임을 가진 이후 본모임을 진행하여 충분한 대화를 진행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 말까지 84개의 사건이 조정을 마쳤는데 학교폭력이 50개로 가장 많았고 가정내 갈등, 주차·흡연문제로 인한 이웃간 분쟁, 경미한 폭행 및 절도 사건 등 다양한 사건이 뒤를 이었다.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