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부산지역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를 이어가면서 한때 ‘금싸라기 상권’으로 꼽히던 대학가 일대가 빠르게 황폐화되고 있다. 주고객층인 학생들이 사라지면서 수십년간 한 자리를 지키던 터줏대감 점포마저 맥없이 셔터를 내린다.

3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3번 출구 인근 옷 골목의 상점 곳곳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3일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앞. 1·3번 출구를 나와 부산대 정문과 옛 정문(무지개문)까지 이어지는 골목 상권은 이전까지 재학생은 물론 부산 전역에서 몰려든 청년으로 들끓었다. 보세 옷가게 수백 곳이 밀집한 옷 골목 뒤편으로는 저렴한 가격 덕에 ‘좌표’를 찍고 찾아온다는 휴대전화 판매 점포가 즐비했다. 부산대 사거리에서 정문에 이르는 골목마다 ‘명성’을 가진 식당과 술집, 잡화점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부산대 앞 상권 전역은 코로나19가 몰고 온 한파로 유령도시를 방불케했다. 옷 골목 안쪽으로는 가게 간판보다 ‘폐업’ ‘공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더 많았다. 뒤편 휴대전화 골목을 지나가는 동안에도 곳곳에서 폐업 딱지가 나붙은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부산대 사거리 인근 ‘신발백화점’이나 맞은편 화장품 가게 등은 셔터를 내렸다. 20년가량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 점포들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물량이 쏟아져 공실률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든 지경”이라며 “목이 좋은 곳이어서 점포가 비는 족족 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프랜차이즈 점포마저 입점을 꺼리는 유령상권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대학 대부분이 올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위주 강의를 채택했다. 특히 부산대는 유일하게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1학기 6000강좌의 수업을 전면 온라인으로 운영했다.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 비율이 87%에 달하는 등 재학생 2만여 명의 발길이 사실상 끊겼고, 단과대나 학과별로 진행하던 연례 행사도 자취를 감추면서 상권 타격은 더 컸다.

경성대와 부경대, 동아대 등 대학가 상권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부경대 앞 상권은 인근 동명대, 부산예술대 재학생도 몰리던 젊은이들의 거리였지만, 현재 부경대 정문과 맞닿은 대로변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폐업 점포가 늘어섰다. 학교 앞 명물인 ‘일번가 토스트’ 가게도 문을 닫았다. 동아대 하단캠퍼스 앞에서 30년 가까이 장사했다는 분식집 ‘너랑나랑 김밥집’ 사장 A 씨는 “학생들이 가장 큰 손님인데 수업이 없으니 발길이 끊겼다. 개업한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지원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