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개 원자력발전소의 청소·시설관리를 하는 노동자들이 한국수력원자력과 자회사에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며 퇴근 거부 투쟁에 돌입한다. 부산 기장군의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는 200명의 노동자가 투쟁에 참여한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발전분과위원회 소속 한수원 자회사 ‘퍼스트키퍼스’ 조합원 800여 명은 26일부터 29일까지 퇴근 거부 투쟁을 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한빛·고리·새울·월성·한울 5개 원전과 인근 사택·인재개발원 등에서 청소·시설관리 업무를 하는 노동자다.

조합원들은 26일부터 근무 인원 절반이 번갈아 가며 퇴근하지 않고 숙박 투쟁한다. 고리원전에서는 총 200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며, 이 중 발전소 청소를 하는 140명이 발전소 내 휴게실과 대기실에서 투쟁한다. 나머지 조합원 60명은 발전소 바깥 사택이나 인재개발원 등지에서 청소 시설관리 업무를 하는 이들로, 별도의 실외 대기실이나 휴게실에서 투쟁에 동참할 예정이다.

노조는 그간 한수원·자회사와 17차례 교섭을 했지만, 협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번 조치를 결정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자회사 전환의 핵심 합의 사항인 모-자회사 낙찰률 94% 보장, 매년 시중 노임 단가 변동분 기본급 반영, 용역 당시 소장(현 팀장) 정년 60세 이행을 거부해 사실상 합의를 파기했다”면서 “임단협 32개의 핵심 사항에 대해서도 양보할 생각 없어 노조를 투쟁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조가 국가 중요시설 가급인 원전에서 퇴근 거부 투쟁을 하는 것이 보안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 관계자는 “투쟁에 참여하는 조합원 상당수가 50, 60대 여성이다. 돌발 상황이 우려되지만,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며 “정상 근무 뒤 투쟁으로, 생산설비를 점거하는 게 아닌 만큼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청소 경비 근로자 2000명 이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말부터 이들이 근무 중이다. 자회사가 모회사와 별개로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퍼스트키퍼스와 노조 간 갈등에 개입하기 쉽지 않다”며 “생산 설비나 중요 사무 공간을 침해하는 게 아닌 만큼, 기존 경비 관리 체제로도 충분히 보안 대비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