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전하며 직진하는 빛의 특성을 이용한 근적외선 광트랜지스터 개발

- 고성능·저비용 암호화 소자 개발로 복제·도감청 원천 차단

스마트폰과 가전, 드론, 무인자동차 등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이용자와 자산의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더욱 강력한 보안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해킹에 노출되기 쉬운 소프트웨어 기반의 키 방식을 보완할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Physical Unclonable Function, PUF)’이 주목받고 있다.

(a)　본 연구진이 개발한 카이랄 액정 네트워크 필름이 결합된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광트랜지스터 소자의 모습 (b) 본 연구진이 개발한 카이랄 액정 네트워크 필름을 갖는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 (PUF) 어레이의 POM 사진

하드웨어 기반의 PUF 반도체 칩은 인간의 홍채나 지문처럼 고유의 물리적 코드를 갖고 있다. 제조공정에서 생성되는 미세구조의 편차를 키 값으로 갖기 때문에 PUF로 생성되는 보안 키는 랜덤하게 생성되어 고유성을 지니며 복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위해 키가 생성되는 조합의 수를 늘리려면 하드웨어의 구조도 바꿔야 하는 한계가 노출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 광전소재연구단 임정아, 주현수 박사팀은 부산대학교 고분자공학과 안석균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하드웨어 구조 변경 없이도 빛의 회전(편광) 특성을 이용해 PUF의 보안성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암호화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a) 본 연구진이 개발한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광트랜지스터의 소자구조, 사용된 물　　　　질의 분자구조와 카이랄 액정 네트워크 필름의 모습(오) (b) 본 연구진이 개발한 카이랄 액정 네트워크 필름 형성에 대한 모식도

빛이 전파될 때는 전후좌우 다양한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나아가게 되는데, 연구진은 원을 그리며 나선형으로 나아가는 빛인 원편광을 암호화에 활용했다. 원편광을 활용하기 위해,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소자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조절되는 콜레스테릭 액정 필름을 근적외선을 감지하는 성능이 우수한 유기 광트랜지스터에 결합하였다.

이렇게 결합된 광트랜지스터는 액정 나선구조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빛은 반사시키고, 반대 방향의 빛은 투과시켜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는 빛의 회전 방향을 구분해서 감지할 수 있다. 그 결과, 소자의 물리적 크기를 바꾸지 않고도 암호화 키 생성에 사용되는 조합의 수를 증가시켜 해킹과 도·감청 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PUF 소자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한 소자는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고분자반도체의 높은 흡광도와 트랜지스터에 의한 신호 증폭, 그리고 콜레스테릭 액정 필름의 적층으로 인해 생긴 광학적 간섭효과로 인해 기존의 나노패터닝 기반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광트랜지스터보다 최소 30배 이상 우수한 고감도를 보였다. 또한, 기존 가시광선 원편광만을 감지할 수 있던 유기 광트랜지스터 소자들과는 달리 연구진이 개발한 광트랜지스터는 광통신,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광전소자에 사용되는 근적외선 영역의 원편광을 감지할 수 있어 향후 적용 범위가 넓을 것으로 기대된다.

KIST 임정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원편광 감응 반도체 소자를 이용하여 보안성능이 강화된 암호화 소자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라며 “복잡한 나노패터닝 공정없이 간단한 용액공정으로 고감도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소자의 제작이 가능함을 보였고, 근적외선을 활용했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차세대 광전소자 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광트랜지스터 개발의 주요 전략에 관한 모식도 근적외선 감응 고이동도의 공액고분자 합성 및 근적외선 원편광 반사 콜레스테릭 액정 네트워크 필름 제조(상단),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광트랜지스터 어레이의 광감응 특성 및 원편광 빛을 사용하는 광전자 암호화 소자로의 응용결과를 보여주는 그림(하단).

부산대학교 안석균 교수는 “이번 결과는 콜레스테릭 액정 고분자 고유의 카이랄 성을 암호화 보안기술에 접목시킨 최초의 연구성과로 액정 고분자의 새로운 응용분야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지원 아래 KIST 주요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전략과제, 개인기초과제 및 소재융합혁신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소재 분야의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16.836, JCR 분야 상위 4.678%) 최신 호에 연구 결과가 게재되었다.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 (논문명) High-Performance Circularly Polarized Light-Sensing Near-Infrared Organic Phototransistors for Optoelectronic Cryptographic Primitives

- (제 1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혜미 박사후연구원

- (제 1저자) 부산대학교 이유진 학부연구생(現 Texas A&M 대학교 박사과정)

- (교신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임정아 책임연구원

- (교신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주현수 선임연구원

- (교신저자) 부산대학교 안석균 부교수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최근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와 함께 스마트 홈 가전, 무인 자동차,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거래 등 다양한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개인정보의 유출 등 IoT 디바이스 보안의 위험성이 증가함에 따라, 강화된 보안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보안기술인 하드웨어 기반의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Physical Unclonable Function, PUF)’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보다 높은 안정성이 요구되면서 암호화 알고리즘이 복잡해지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드웨어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 보안성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2. 연구내용

PUF 소자의 보안성능을 강화시키기 위해 양자광학, 3차원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원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 응용기술을 암호화 소자에 도입하였다. 이때,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진행하는 빛인 원편광을 감지할 수 있는 PUF 소자 기술 개발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근적외선 원편광을 활용한 기술은 광통신, 양자컴퓨팅, 비가시광 감지 시스템 등 차세대 광전소자로 향후 그 적용 범위가 넓다는 이점이 있다. 근적외선에 감응하는 공액고분자 박막 기반 유기 광트랜지스터 소자에 카이랄 액정(chiral liquid crystal) 필름을 결합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고성능의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PUF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근적외선 빛에 높은 흡광 특성을 가지면서 우수한 전하 수송 특성을 갖는 공액고분자 단일박막을 적용한 유기 광트랜지스터를 제작하고, 그 위에 근적외선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시키는 특성의 강한 광학 키랄성을 갖는 독립형 카이랄 액정 네트워크 필름을 도입하여 단일 통합소자를 제작하였다. 이러한 카이랄 액정이 결합된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광트랜지스터는 높은 원편광 감응도(responsivity) 및 광전류에 대한 우수한 비대칭 계수(dissymmetry factor)를 보였는데, 이는 인가된 전기장에 의한 광전류 신호 증폭 특성과 다층구조에서 감소된 반사에 의한 빛 흡수 향상의 시너지 효과로부터 기인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토대로 간단한 공정을 이용하여 PUF 어레이 소자를 제작하였고, 빛의 회전 방향을 구분하여 감응하는 소자 특성이 암호화 키 생성에 사용되는 조합의 수를 증가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어레이의 물리적 크기를 바꾸지 않고도 강화된 보안성능을 갖는 암호화 소자를 성공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3. 기대효과

본 연구는 원편광 응용기술을 도입하여 보다 강화된 암호화 소자를 구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위해 간단한 공정으로 근적외선 원편광의 회전 방향을 구분하여 감지하는 광전소자를 개발한 의미 있는 연구 결과이다. 이는 향후 강화된 보안성능이 요구되는 차세대 암호화 소자를 비롯하여, 광통신, 양자컴퓨팅, 바이오센서, 3차원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편광을 활용한 광전소자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 문답]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최근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양자광학, 암호화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편광을 이용하는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원편광의 강도와 회전 방향과 같은 기본 특성을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킬 수 있는 원편광 감응 소자의 개발이 요구됨. 특히, 응용 범위가 넓은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소자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음. 뿐만 아니라, IoT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강화된 보안기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보안장치의 성능을 향상시킬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었고, 이를 위해 원편광 응용기술을 활용해보고자 함. 본 연구팀은 유기반도체 응용 광전자 소자에 대한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반도체 칩에 활용할 수 있으면서 보다 간단하게 근적외선 원편광의 회전 방향을 구분하여 감지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 소자를 개발해보고자 함. 또한, 본 연구팀에서 개발한 암호화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어레이를 실제 암호화 소자에 적용함으로써, 원편광 감응 광전자 소자의 향후 응용에 관한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보고자 하였음.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하드웨어 기반의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Physical Unclonable Function, PUF)’은 동일한 제조공정에서 생성되는 반도체의 미세구조 편차(Random Variation)로 고유(Uniqueness) 키(Private Key) 값이 결정되어 물리적 복제가 불가능함. 하지만, 최근 보다 높은 안정성을 갖는 보안기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PUF 소자에서 암호화 키를 생성하는 데 사용되는 조합의 수를 추가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였음.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근적외선 원편광 응용기술을 도입함.

본 연구 성과는 근적외선에 높은 흡수 특성을 가지면서 우수한 전하 수송 특성을 갖는 유기반도체 기반 광트랜지스터에 강한 광학 키랄성을 갖는 카이랄 액정 필름을 결합시켜 근적외선 원편광에 고감도로 감응하는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였고, 이를 PUF 소자로 활용함. 이로써 원편광의 회전 방향을 구분하여 감응할 수 있는 소자 특성으로부터 더욱 강화된 보안 특성을 갖는 암호화 소자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줌.

기존 가시광선 원편광만을 감지할 수 있던 유기 광트랜지스터 소자들과는 달리 연구진이 개발한 광트랜지스터는 광통신,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광전소자에 사용되는 근적외선 영역의 원편광을 감지할 수 있어, 유기광전자소자 기술의 응용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과학 기술적 의의가 있음.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근적외선 원편광 응용 전자소자는 차세대 암호화 소자, 광통신, 양자컴퓨팅, 3차원 디스플레이, 바이오센서, 비 가시 광 감지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됨.



□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기존 원편광 감응 소자의 제한된 구동 파장영역과 낮은 성능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강화된 보안성능을 갖는 암호화 소자로의 응용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원편광 응용 광전자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 현재 근적외선 원편광 응용 광전자 기술과 PUF 기술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 초기 단계이며, 실용화를 위해서는 원편광의 발생, 전도, 이에 대한 신호처리 및 PUF 기술의 항상성 확보, 오픈 플랫폼 연동, 서버 인프라 보안 등 관련 기반 기술의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 또한, 본 연구에서 개발한 원편광 감응 소자의 경우, 결합된 카이랄 액정 필름의 인가 빛의 입사각 의존성, 어레이 내 소자 위치에 따른 저항 효과 등의 추가 기술 검증과 기술 내재화 등의 보완이 필요함.



[용어 설명]

1. 원편광 (Circularly Polarlized Light)- 원편광이란, 편광된 빛이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진행하는 경우를 가리킴.



2. 카이랄 액정 (Chiral Liquid Crystal)

- ‘콜레스테릭(Cholesteric) 액정’이라고도 부르며 액정분자가 나선 축을 따라 꼬이면서 주기적인 층을 이루며 배열한 구조를 가짐. 카이랄 단위에 의해 오른손잡이 또는 왼손잡이 나선 방향이 결정되고, 카이랄 단위의 함량에 따라 나선 주기가 바뀜.



3. 광트랜지스터 (Phototransistor)

- 전류나 전압 흐름과 함께 빛의 파장이나 강도를 감지하여 신호 증폭 및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를 의미함. 광다이오드와 달리, 3 전극 구조의 트랜지스터 구동을 기반으로 하므로 높은 광 감응도(responsivity)와 낮은 누설전류를 얻을 수 있음. 광센서, 이미지센서, 광통신/컴퓨팅 등에 활용 가능함.



4. 광전류 비대칭 계수 (Dissymmetry Factor for Photocurrent)

- 광전소자에서 원편광의 회전 방향을 구분할 수 있는 특성을 나타내는 인자로, 좌원편광과 우원편광에 의해 생성된 광전류의 차와 합의 비율에 2를 곱한 값을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