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관리해 69세까지 실천할 것”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헌혈 500회를 달성한 ‘헌혈왕’이 부산에서 탄생했다.

13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 내 헌혈의집에서 유배형 씨가 500번째 헌혈을 한 뒤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주인공은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 헌혈봉사회 소속 유배형(64) 씨. 유 씨는 13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 내 헌혈의집에서 500번째 헌혈을 했다. 이날 헌혈의집에는 유 씨의 전국 최초 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었다. 부산혈액원은 유 씨에게 전국 최초 500회 여성 헌혈자 탄생을 축하하는 꽃다발과 케이크를 전달했다. 우리나라에서 남성과 여성의 헌혈 비율은 7 대 3 정도다. 국내 최다 헌혈자는 남성으로 700회를 넘어섰다. 500회 이상 헌혈한 사람도 모두 남성이다. 여성으로서 500회 헌혈을 한 건 유 씨가 처음이다. 여성은 임신이나 빈혈 등 신체적 제약으로 헌혈 부적격 판정이 많다는 점에서 유 씨의 기록은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헌혈자가 크게 줄어 혈액 보유량이 급감한 상황이어서 더욱 귀중한 기록이다.

유 씨는 1975년 서울 청량리역에서 남편을 따라 헌혈의집을 방문했다가 간호사의 권유로 처음 헌혈을 시작했다. 헌혈이 습관이 된 것은 1981년 부산으로 이사를 오고 난 뒤부터다. 유 씨는 매달 두 번꼴로 했고, 1993년 여성 최초 100회 헌혈자에 올랐다. 약 40년간 꾸준한 헌혈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노력해왔으며, 그 ‘역사’가 쌓여 그녀의 삶 자체가 됐다.

키 160㎝가 채 안 되는 아담한 체구인 유 씨의 팔에는 푹 패인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했다. 유 씨는 “습관이 되다 보니 어느덧 500회라는 뜻깊은 기록도 갖게 됐다”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건강 관리를 꾸준히 해 헌혈 정년인 만 69세까지 꾸준히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유 씨는 199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다리와 어깨 등을 다쳐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고 거동이 불편한 상태지만 헌혈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혈액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된다면 잠깐의 따끔거림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꾸준히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보유량이 많이 감소해 혈액 부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유 씨의 선행은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부산지역 혈액 보유량은 전체 4.0일분으로 O형 1.7일분, A형 5.9일분, B형 3.7일분, AB형 4.8일분이다. 안정적인 혈액보유량은 5일분 이상이어서 부산은 ‘관심’ 단계에 해당한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