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왕따’시킨 가해 학생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종용하다가 정서적 학대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이 같은 반 친구 B 양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이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했고, 학교장은 B 양에게 5일간 출석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A 씨가 요구한 격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학교 측의 동의를 받아 참관 수업 명목으로 딸과 함께 등교해 B를 딸에게서 떼어놓기 시작했다. A 씨는 복도에서 만난 B 양에게 “야, 내가 누군지 알지. 앞으로 내 딸 건드리지 말고 아는 체도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B 양의 옆에 앉아 B 양의 행동을 지켜보기도 했고 등굣길에서는 B 양에게 “나 아는데 왜 인사를 안 해”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자신의 온라인메신저 상태 메시지에는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라는 글과 함께 주먹 그림을 올려놨다. 이 문구와 그림은 단체 채팅방에서 활동 중인 약 20명의 학부모에게 공개됐다.

1심은 A 씨의 행위를 ‘정서적 학대’라고 봤다. 온라인메신저 상태 메시지의 문구와 그림도 가해 학생을 지칭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A 씨의 명예훼손 혐의는 인정했지만 B 양에게 한 말이나 행동은 ‘정서적 학대’로 볼 수 없다며 벌금형을 200만 원으로 낮췄다. 2심 재판부는 “A 씨의 행동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지만 아동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2심이 인정한 A 씨의 명예훼손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메신저의 상태 메시지가 B 양을 지칭할 만큼 구체적이지 않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학교폭력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실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에 관해 언급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