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용 원장이 경찰서 찾아가
- “단속 좀 해달라” 요청 하기도

- 사업자 늘며 속도경쟁 불가피
- 배달노조 “환경 개선이 먼저”

배달앱 이용 증가로 배달 오토바이가 늘면서 소음 공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높아진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수칙상 창문을 열어놓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학교 측은 피해가 더욱 커지자 “배달 오토바이 소음이 면학 분위기를 망친다”며 경찰에 단속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26일 동아대와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이 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서부경찰서를 찾아 오토바이 단속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주변 소음이 심해 학생들 면학 분위기에 방해가 된다는 게 학교 측의 민원이다. 앞서 지난 13일 서부서에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이번에는 로스쿨 최우용 원장이 직접 경찰서까지 찾아 단속을 읍소했다. 동아대 로스쿨은 위치상 학교 담장 없이 4차선 도로와 바로 접해 사실상 주변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에어컨을 틀 때 환기 차 반드시 창문을 열어야 해 더욱 소음에 시달린다.

학교 측은 소음 진원지를 배달 오토바이로 꼽는다. 주변에 음식점이 많아 이곳을 드나드는 오토바이들로 인한 소음이 심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제신문 취재진이 26일 오후 로스쿨 건물 앞에서 지켜본 결과 수많은 배달 오토바이가 소음과 함께 쉴 새 없이 지나다녔다. 특히 낮과 밤 관계없이 배달이 계속돼 공부를 해야 할 로스쿨과 배달을 해야 할 오토바이 간 마찰이 지속해서 발생한다. 최 원장은 “학교가 도로와 맞닿은 데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창문을 열 수밖에 없어 극심한 소음공해에 시달린다”며 “가끔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 때문에 학생 공부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 잦아 경찰에 단속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배달원노조인 ‘라이더유니온’ 부산지부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는 배달업을 하는 라이더가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1개 자치구에 20~30개 업체가 있고, 이곳에 30여 명의 라이더가 종사 중이라고 추산한 결과다. 배달앱 활성화로 사업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배달원에게 배달 건수는 수입과 직결돼 속도가 생명이다. 주유비와 보험료 등 고정 지출이 많아 속도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일부 라이더는 속도 향상을 위해 오토바이를 개조해 소음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라이더유니온 조봉규 부산지부장은 “라이더들은 단가가 낮은 데다 배달이 늦을 땐 음식값을 본인이 물어야 해 빨리 움직이는 것이 생명이다”며 “불법개조는 극히 드문 경우로 경찰 단속보다 라이더가 속도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륜차 집중단속으로 라이더들의 경각심을 고취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륜차 단속 건수는 2018년 1만7611건, 2019년 2만553건, 올해(지난 22일 기준) 1만2811건에 달한다. 서부서 이승현 경비교통과장은 “동아대 로스쿨 주변을 단속하면서 라이더에게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며 “배달원이 학교 주변을 다닐 땐 소음을 줄이려고 애써야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