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뿌리 옮겨 심고 물 채워
- 복원사업 시작 3년 만에 결실
- 철새·곤충 생명의 터전 변신

흉물로 방치돼왔던 경남 김해 화포천습지의 물억새 훼손지가 3년 만에 대부분 복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각종 곤충이 서식하고 철새가 알을 낳는 ‘생명의 터전’으로 돌아왔다.

한때 황무지였던 화포천 습지 내부가 키 2ｍ 높이의 물억새가 왕성하게 서식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박동필 기자

김해시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말까지 물억새 훼손지 복원사업을 벌인 결과 대부분 원형을 되찾았다고 12일 밝혔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여 만의 일이다.

맨땅이 보이고 잡초가 무성했던 1만4887㎡(4500여 평) 부지는 키 2ｍ 높이의 물억새로 빽빽히 채워졌다.

앞서 김해시가 복원사업을 벌인 곳은 한림면 퇴래리 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 서쪽으로 600여 ｍ 떨어진 지점이다. 수십 년간 일부 주민이 하천부지의 물억새를 잘라내고 곡식을 심고 방치하면서 황무지로 변한 곳이다. 시는 첫해 습지 대표식물인 물억새를 심기로 하고 트랙터로 땅을 파헤친 채 풀씨를 파종했다. 하지만 발아율이 20%에 머물렀다. 방법을 바꿔 습지내 물억새 뿌리를 캐내 이식하는 작업에 도전했다. 이 작업에 연인원 500여 명의 기간제 근로자가 참여했다.

뿌리 이식 작업 뒤 양수기로 물을 퍼 넣는 지난한 작업이 한여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초 50㎝에 머물던 물억새의 키가 지난해 말부터 1~2ｍ로 자라자 복원지 생태계에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김해시 이시헌 화포천습지팀장은 “물억새 군락 사이로 개구리, 물뱀, 거미 등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터를 잡았다”며 “멧돼지와 고라니 분변이 발견되고 참새, 해오라기가 산란을 하는 생명이 깃드는 공간으로 바뀌었다”며 놀라워 했다.

화포천습지의 변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해시는 지난 2017년 11월 국가습지로 지정된 화포천습지(120㏊) 가운데 20~30%가 수분 공급 중단으로 육지화됐거나 맨땅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는 내년부터 습지 생태계 복원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하고 최근 정부에 내년 예산으로 3억 원을 신청했다. 이와함께 습지를 생태학습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2022년 말까지 습지보전관리센터를 240억 원을 들여 짓기로 했다. 설계 공모를 통해 천혜의 경관을 지닌 화포천과 낙동강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건물에 입히기로 했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