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병원 ‘비접촉 병문안’ 마련
- 안전하게 가족 만나 만족도 높아
- 대다수 요양병원 대면 접촉 금지
- “못 찾아봬 화상통화로 안부 대신”

- 화훼업계 수요 줄며 매출 타격
- 대형 음식점도 예약 급감 울상

코로나19가 어버이날 세태도 변화시켰다. 직접 찾아가 뵙는 대면 접촉을 꺼리면서 카네이션 소비가 줄었고, 안부도 화상통화로 대신하는 추세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부산 연제구의 한 꽃집에 카네이션이 진열돼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4년째 요양병원에서 아버지를 모시는 김옥경(61) 씨는 올해 화상통화로 안부를 전할 계획이다. 어버이날이면 매년 병원을 방문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접촉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간병인에게 화상통화를 하면 아버지를 바꿔주시는 방식으로 어버이날 인사를 대신할 계획”이라며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게 다행이지만 아버지 연세를 생각하면 어버이날에 뵙지도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감염 예방을 위해 어버이날 요양시설 방문 대신 통화로 부모님의 안부를 물어달라고 당부하자 일부 병원은 색다른 방법을 찾았다. 은경의료재단 인창요양병원은 지난 6일부터 ‘비접촉 안심병문안’을 시행 중이다. 환자는 병원 안에서, 보호자는 병원 외부 주차장에서 공기가 통하지 않게 밀폐된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인터폰을 통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랜 기간 면회를 못 하면서 어버이날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는 가족 요구가 빗발친 데 따른 조처다. 염순원 이사장은 “이번 시스템으로 보호자와 환자가 안전하게 만날 수 있게 돼 다들 만족도가 높다”며 “개인 사정으로 ‘비접촉 안심병문안’을 할 수 없는 보호자에게는 병원에서 카네이션을 달아드린 사진을 개별적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모님 제사에 불참하기도 한다. 경북 청도군에 사는 이영자(66) 씨는 지난 6일 부산에서 지낸 아버지 제사에 가지 못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지에 사는 탓에 제사에 참석했다가 가족과 친지에게 괜한 불편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카네이션을 부탁해 제사상에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씨는 “어버이날과 가까운 제사에 참여하지 못한 게 불효인 것만 같아 속상하지만 동생과 친지에게 피해를 줄 순 없어 참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이 대목인 화훼업계도 울상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로 전환되면서 부모님을 직접 만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정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부산경남화훼원예농업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7일까지 경매로 출하된 카네이션(절화 기준)은 모두 2만6889단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2만4592단에 그쳤다. 단수로만 보면 8.5% 감소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로 치면 지난해 2억2340만 원에서 올해 1억3680만 원으로 38.7%나 감소했다. 카네이션 수요가 줄면서 경매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탓이다.

부산 서구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 카네이션 300단 주문했던 것을 올해는 100단도 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카네이션을 찾는 손님이 지난해와 비교해 확 줄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면 접촉을 꺼리면서 대형 음식점도 어버이날 특수는 누리기 힘들어졌다. 부산 해운대구 한 대형뷔페 체인점은 지난해보다 20% 예약이 감소했다. 이곳 관계자는 “보통 어버이날 당일 예약이 잡히는 것을 고려해도 많은 인원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지난해와 비교하면 예매가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