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일단 주변 수사에 매진
- 피해 여성 계속 함구한다면
- 수사 진척 없어 실체 규명 난항

- 법조계 “공증한 내용 핵심될 것”

부산경찰청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을 수사하기 위해 대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렸지만 수사의 시작이자 핵심이 될 피해자의 진술이 없어 수사의 진척을 보이지 못한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고소 등 법적조치와 진술 등이 없다면 오 전 시장이 처벌은커녕 기소될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30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의 고소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을 달라고 ‘오거돈 전담 수사팀’에 협조를 구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시장 비서실 직원 등 시 관계자 4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CCTV 확보 등으로 주변 수사에 매진한다. 하지만 경찰은 목격자가 없는 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지역 법조계는 피해자의 진술이 없다면 이 사건의 수사는 지지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채문 전 부산변호사회장은 “고소가 없어도 수사해서 처벌할 수도 있지만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진술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수사의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 전 시장이 사퇴문에서 밝힌 내용만으로는, 범죄 혐의를 특정할 구체적 행위를 파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와는 별개로 오 전 시장과 피해자 간 ‘합의’도 변수다. 부장판사 출신인 A 변호사는 “양측이 공증을 통해 합의에 도달했다는 가정을 전제로, 만일 합의가 됐고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공증의 내용도 살펴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었다. 법률사무소 열림의 조성우 변호사는 “공증된 내용에 피해 내용도 들어가 있으면 양자 간의 진술이 엇갈려 수사가 난항을 겪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정을 달라질 것”이라며 “이 사건 외 다른 사건의 수사가 병행된다면 수사 결과가 도출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여기에 기소와 선고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역 한 법조인은 “피해자가 있는 성폭력 사건이니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현재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내용 이외 추가적인 성폭행이나 채용 비리 등을 수사하다 보면 이른 시일 내 수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B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 없이 가해자가 범행을 시인한다고 해서 수사가 될 리는 만무하다. 특히 은밀한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범죄행위를 특정해 가해자를 수사하는 데 핵심인데, (피해자 진술이 없다면) 자칫 기소를 하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