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수업일수·수능시험 등
- 고려사항 많아 쉽지 않아
- 시교육청, 온라인수업 인정 요청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3주 연기한 개학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자 개학을 추가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속단은 어렵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오는 23일 개학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학 추가 연기해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과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교육바로세우기 운동본부·정시확대전국학부모모임은 12일 성명서를 내고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오는 23일로 연기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볼 때 예정대로 개학하면 자녀를 코로나19로부터 지켜낼 수 없다”면서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은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 학교장에게 지역 실정에 따라 개학을 일주일 더 연기하거나 다음 달 초로 연기하도록 안내하고 행정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개학을 더 연기해달라는 청원이 다수 게시됐다. ‘개학을 연기하고 휴업 단계를 3단계로 올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5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휴업 3단계는 애초 개학일로부터 평일 기준 35일 이상 휴업이 지속돼 수업일수, 대학입시 일정 등을 모두 조정하는 단계를 말한다. 학부모 정모(여·43) 씨는 “직원 간 좌석 간격이 좁은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데, 학교는 이보다 더 밀집한 집단 시설이 아니냐”며 “확진자가 한 명만 나와도 해당 학교를 폐쇄해야 하는데 그럴 바에는 더 안전하게 그냥 개학을 미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가 확산하면서 코로나19 피해가 큰 시·도부터 자체적으로 개학을 추가로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개학을 지난 2일에서 9일로 처음 연기했을 때는 전국 학교가 동시에 휴업에 들어갔지만, 그다음 연기(9일~23일)는 대구와 경북지역 교육청이 먼저 각각 2주와 1주 개학을 연기한 후에 전국 시·도 공통으로 연기된 바 있다.

■연기 땐 법정일수 확보 어려워

그러나 개학을 더 연기하면 법정 수업일수(유치원 180·초중고 190일)를 확보하기 어렵다. 현재는 여름·겨울방학을 줄여 학교급별로 법정 수업일수보다 하루나 이틀 많은 수업 일을 확보한 상태다. 교육부는 추가로 개학을 연기할 경우 법정 수업일수를 1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경우 교육과정 운영이나 평가 일정 등 조절이 필요해 시·도교육청이 개별로 개학 연기를 결정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또 고교생은 대입이 걸려있어 지역에 따라 학습량이 달라지면 대입을 치를 때 유불리가 나타난다는 반발도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다고 전국 공통으로 개학을 추가로 연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개학을 더 연기하면 학습·보육 공백이 장기화하고, 급식이나 체험학습 일정 계약이 틀어지는 등 고려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유 부총리도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자 방문한 경기 수원 매탄초등학교에서 “추가 개학 연기 여부는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 등 의견을 종합해 판단할 문제”라며 “우선 오는 23일 개학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만약 사태 대비

부산시교육청은 개학 추가 연기에 대비해 온라인 수업을 정식 수업으로 인정해달라고 교육부에 제안한 상태다.

교육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23일 예정대로 개학하되 학생은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받는다. 이를 위해 일선 학교에 12가지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제공한 상태다.

시교육청은 개학 전까지 교사마다 필수로 한 가지 플랫폼 사용법은 숙달하게 하고, 사용 실습까지 마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와 경북교육청도 교육부에 여러 차례 이런 요구를 한 것으로 안다”며 “만일 온라인 수업이 정식 수업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학생이 등교하겠지만, 이 경우 학생 간 접촉을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큰 고민거리다. 현재로선 23일 개학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