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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해양대생 탄 배엔…"안전매뉴얼도, 응급장치도 없었다"

한국해양대 승선 실습생 사망

  • 국제신문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0-02-12 22:19:10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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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사병 증세 11시간 지나서야
- 보트로 병원행, 가자마자 숨져
- 선박 내 의료진·제세동기 전무
- 선사 “과도한 업무 없었다” 해명

- 학교 측 안전사고 대응지침 없고
- 사고 나도 본인이 신고하는 구조
- 유족 “초동조치 미흡했다” 분통
- 총장 이틀 뒤에야 “유감” 입장문

해외 승선 실습을 하던 한국해양대 재학생이 숨진 사고(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10면 보도)와 관련해 실습생 유족 측이 응급사고 대응 시스템 부재와 초동 조치 미흡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학이 선사와 실습생을 위해 마련한 안전 매뉴얼도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것으로 파악돼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유족과 해경, 해양대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위한 대책 회의를 하고있다. 유족 제공.

■ “안전관리 부실”

지난 10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이 말라카 해협에서 승선 실습을 하다 기관실에서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숨진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2학년 정모(21) 씨의 유족은 12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응급조치만 빨랐으면 숨지지는 않았을 텐데 대응이 부족했다. 선사와 대학의 안전관리 부실이 계속되면 또 다른 학생이 희생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유족은 학교 관계자와 함께 현지에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유족에 따르면 정 씨는 외부 선사 실습을 위해 지난 5일 인도양으로 향하는 A 선사의 반잠수형 굴착선 B호(1만7850t)에 승선했다. 해양대 해사대학 소속 학생은 졸업을 하려면 1년간의 승선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승선 나흘째인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9시30분 구토 고열 등의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선사 측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증세가 심각해졌고, 정 씨는 최초 발병 11시간 만에 병원으로 향하는 보트에 옮겨졌다. 지난 10일 새벽 1시30분께 인도네시아 메단의 병원에 도착했지만 30분 뒤 숨을 거뒀다.

유족은 “상태가 심각했다고 하는데 왜 바로 헬기를 부르지 않았는지, 보트도 너무 늦게 준비한 것이 아닌지 의문투성이다. 보트를 타고 병원으로 갈 때는 의료지식이 없는 필리핀 국적 갑판수 조리수만 동행했고, 선박 내에 의료진은커녕 제세동기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선사 관계자는 “현지 의료센터와 연락해 의료진의 지시에 따랐다. 병원으로 가는 보트와 배가 만나기로 했는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도한 노동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선사 측은 “8시간 근무, 4시간 휴식을 지켰고 실습 기관사여서 선임 기관사를 따라다니며 일상적 업무만 했다. 기관실에서 계속 근무하지 않고 휴식실에 있다가 일이 있으면 가는 방식이라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갇혀서 노동한 것도 아니다”며 “어선이 아니라 상선이라 생각하는 수준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 대학 이제서야 사과문

대학의 안전관리 부실 논란이 가열된다. 한국해양대 ‘실습생 비상대응’을 보면 사고 예방법은 소개했지만, 사고 발생 이후 조치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비상대응 절차 역시 실습생이 직접 대학에 신고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어 정 씨처럼 의식을 잃고 쓰러져 직접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학교에 곧바로 신고조차 하기 어렵다. 실제로 선사 측은 현지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사고 사실을 대학에 알렸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해운회사가 지켜야 하는 ‘국제안전 경영규약’이 있다. 여기에 담긴 안전 매뉴얼이 작동할 것이라 보고, 학내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 모든 상황을 다 담고 있지는 않다. 안전매뉴얼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는 사고가 난지 이틀 뒤인 12일 해당 사고에 유감을 표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도덕희 총장은 “깊은 유감을 느끼며 부모님의 애통함과 함께 하겠다. 현재 외부 승선 실습 해운 회사에 모두에 안전관리 강화를 요청했고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반을 가동 중이다. 향후 관계 기관과 협의해 외부 승선 실습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현지 병원은 정 씨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검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 결과 음성으로 나왔지만 이 때문에 시신 운구가 늦어져 정 씨와 유족은 애초 계획보다 하루 늦어진 13일 현지에서 출국할 예정이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선사와 선원을 대상으로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을 통해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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