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병 악화… 향년 75세로 생 마쳐
- 김해 삼계동에 빈소 마련돼
- CJ그룹 손경식 회장 등 찾아
- 주한 대사 등 베트남서도 애도
- 맨손으로 직원 10만 기업 일궈
- 김해상의 회장·장학사업 등 헌신
- 오늘 발인… 자택 노제 후 안장

지난달 31일 타계한 우리나라 신발업계의 ‘거목’ 태광실업 정산 박연차 회장 빈소에는 조문 기간 내내 고인을 추모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박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최대한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려던 유족 측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역 산업계의 한 획을 그은 고인을 추모하는 발걸음이 쇄도한 것이다.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국내 신발 산업의 경쟁력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등 전체 직원 10만 명의 글로벌 종합 기업을 일군 그의 공과 인연을 기리는 자발적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75세를 일기로 타계한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빈소에 놓여진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박 회장의 장례식장에는 조문 기간 내내 정·관·재계 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태광실업그룹 제공

박 회장이 타계한 지 사흘째인 2일 경남 김해시 삼계동 조은금강병원에 차려진 박 회장의 장례식장은 하루 종일 밀려드는 조문객들로 넘쳐났다. 조문객들은 박 회장의 생전 공로나 일화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며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으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박 회장의 빈소는 부인 신정화 씨, 아들 주환(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 씨, 딸 선영,주영(정산애강 대표), 소현(태광파워홀딩스 전무) 등 유족들이 차분한 가운데 조문객을 맞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등은 지난 1일 직접 빈소를 찾아 고인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애도를 표했다. 박 회장이 젊음을 바쳐 사업을 번창시켰던 베트남에서도 발길이 이어졌다. 응우옌 부 뚜 주한베트남 대사가 조문했고 쯔엉 떤 상 베트남 전 국가주석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박연차 회장의 장례식장에 각계각층에서 보낸 400여 개의 조화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호치민 한인회, 중국 청도 래서시 정부, 언론·금융계에서도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허성곤 김해시장과 박명진 김해상공회의소 회장, 민홍철(김해갑) 국회의원, 김정호(김해을) 국회의원 등 김해 지역 주요 인사들도 빠짐 없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박 회장 고향인 밀양에서도 박일호 시장 등 일행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장례식장 주변에는 국내외 인사들이 보낸 조화 400여 개가 줄지어 늘어섰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족 측에서는 조문용 국화 5000여 개를 주문했는데 2일 오후까지 4000여 개가 나갔다”고 밝혔다. 장례식장 입구 모니터에는 태광실업 측에서 마련한 고인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물이 방영돼 눈길을 끌었다.

2일 조문을 마친 허성곤 김해시장은 “고인은 신발산업을 육성시켜 김해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했던 거인이었다”고 회고하며 “태광실업그룹이 나라 경제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명진 김해상의회장은 “회장님은 김해상공회의소 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하시며 상의의 발판을 닦으셨다”며 “장학사업을 비롯한 공헌사업도 열정적으로 수행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고 박 회장은 지병인 폐암이 최근 급속히 악화돼 지난달 31일 향년 7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태광실업그룹은 신발을 비롯해 화학 레저 등 15개 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연매출 3조8000억 원,직원 수 10만 여명의 글로벌 종합 기업이다.

태광실업 측은 3일 오전 박 회장 영결식을 가진 뒤 김해시 안동 태광실업 본사에서 임직원과 이별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규성 태광실업 총괄 사장이 추도사를 하며, 자택으로 옮겨 노제를 지낸 뒤 영면의 길을 떠날 예정이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