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사무소와 주민협치기구 조직
- 7개월간 쓰레기 수거·투기 막아

외지인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던 경남 김해시 진례면 마을들이 환골탈태했다. 7개월간에 걸친 면사무소와 주민의 노력으로 청정지역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10월 진례면 고모리 상우마을 주민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김해시 제공

30일 김해시 진례면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면사무소와 마을 주민이 힘을 합쳐 주민거버넌스 기구를 출범시킨 뒤 마을이 점차 청정지역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 거버넌스는 행정기관과 마을주민이 조직한 일종의 주민·행정 협치기구다. 주민거버넌스는 지난해 7월 부임한 김인수 면장 주도로 조직에 나서 현재 전체 35개 마을 가운데 10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김 면장은 “처음 부임한 뒤 마을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며 “해결책으로 주민 협치기구를 만들게 됐다”고 털어놨다.

진례면은 신도시인 장유와 진영 사이에 놓인 전형적인 농촌마을.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차량 통행이 많아 외지인들이 야간에 마구 버린 쓰레기가 골칫거리가 돼 있었다.

김 면장은 면사무소가 직접 수거할 경우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판단해 면장과 민원 담당공무원, 마을이장, 새마을부녀자회 등이 참여하는 기구를 탄생시켰다. 거버넌스 사무국을 면사무소에 둬 민원 신고가 접수되면 다시 마을별 기구에 ‘청소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귀찮아 하던 주민도 점차 자발적으로 경운기, 괭이 등을 가지고 나와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투기 금지를 알리는 플래카드도 내걸고 마을 자율방범대는 야간 순찰도 벌였다.

7개월간의 노력 끝에 무려 50여 ｔ의 쓰레기가 수거됐으며 입소문이 나면서 투기행위도 근절되다시피 했다.

덤으로 마을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최근 용지봉 아래 시례리 3개 마을은 주민이 청정미나리를 재배해 경남 부산의 대형마트에 납품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 부족에 시달렸던 관동마을은 윗동네인 산본마을의 양해를 얻어 상류 저수지로부터 물길을 내는 방법으로 물을 공급받고 있다. 상생의 길이 열린 것이다.

진례면 상평마을 한 주민은 “쓰레기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 남은 것은 자신감이라는 선물이었다”며 “장차 함께 수익을 얻고 오순도순 살아 갈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