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중계를 통해 송출되는 경륜 영상으로 경륜 선수의 초상권이 침해되지 않으며 이 영상이 송출되는 것에 법률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민사 21부는 최근 한국경륜선수협회(선수협)가 경륜 경주를 운영하는 부산시·스포원, 창원시·창원경륜공단, 서울올림픽 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교차발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선수협은 스포원 등이 경륜 경주 영상을 장외로 송출할 근거가 없고 실제 경주 실황 화면을 외부로 송출해 경륜 선수의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초상이나 이름 등을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권리)을 침해한다며 지난 10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경륜 경주 영상에서 선수들이 색깔만 다른 경기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있어 얼굴이나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보기 어려워 초상권이 침해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퍼블리시티권도 “현재 그 개념을 인정하는 실정법이 없고 확립된 관습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선수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주 영상의 장외 송출 부분도 “관련 법률상 근거 없이 시행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스포원 등 경주사업자는 매년 일정 경기를 실제 경륜 경기를 운영하지 않고 경주 영상을 장외로 송출하는 교차경주·발매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선수협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본안소송도 함께 제기해 법원 최종 판결이 남았다.

　앞서 선수협은 지난해 10월 스포원이 매출 감소로 하반기 잔여 경륜 경주를 취소하고 경기 광명시에서 여는 경륜을 화상 중계하기로 하자 이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스크린 중계 수익은 경륜 경기를 운영한 곳이 전체의 37.5%, 중계를 한 곳이 62.5%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 관계자는 “법원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 스크린 중계를 통해 생기는 수익은 선수에게 돌아오지도 않는다”며 “3월 시작되는 본안소송 결과를 보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