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밀착 도보 순찰관 517명
- 신고건수 적은 낮 시간대 활용
- 동네 돌며 민원 듣고 바로 해결

- 고독사 위기 홀몸노인 구하고
- 치안 사각지대에 CCTV 설치
- 시행 두 달째 시민 긍정적 반응

30일 오전 부산 사하구 감천동 삼성여고 후문 인근. ‘청소년 출입금지’라고 적힌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눈에 띈다. 부산 사하경찰서 감천지구대 소속 ‘이웃경찰관’인 강정훈(52) 경위는 “CCTV가 없는 막다른 골목이라 불량 청소년이 이곳에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일부 주민이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등 민원이 빗발쳤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감천지구대가 담당하는 감천동 일대에는 삼성여고 부일외고 부일전자디자인고 서천초 등 학교가 밀집해 있다. 주민 민원을 접수한 강 경위는 사하구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지난 5일 다목적 CCTV를 설치했다. 그는 “경찰이 동네 구석구석을 걷는 것만으로도 하굣길 여학생이나 혼자 사는 여성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부산 사하구 감천동 삼성여고 후문 인근에서 국제신문 김미희(왼쪽부터) 기자와 감천지구대 장환권 경장, 강정훈 경위가 이웃순찰에 나서고 있다. 전민철 기자

외진 지역이라 혼자서 장사하는 여성 자영업자에게 이웃경찰은 그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다. 감천지구대에서 80ｍ가량 떨어진 곳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강순옥(여·43) 사장은 “미용실이 2층에 있고 혼자 운영하다 보니 가끔 술에 취한 남자 손님이 오면 매우 불안한데, 이웃순찰제 덕분에 지구대 경찰이 자주 미용실을 방문해 안심된다”고 말했다. 전창식 감천지구대장은 “이웃순찰제 시행 이후 강·절도 예방 및 검거 강화로 주민 치안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직접 찾아가는 ‘부산경찰 이웃순찰제’가 세밑 따뜻한 온기를 더한다. 시행 두 달째를 맞은 이웃순찰제는 부산경찰청이 전국 경찰청 중 유일하게 시행하는 주민 밀착형 치안 서비스다. 친화력이 좋은 지구대 등 소속 경찰을 이웃경찰관으로 선발해 112 신고 건수가 비교적 적은 낮 시간대를 활용, 4~6시간 동네 구석구석을 도보로 순찰하면서 민원을 듣고 직접 해결하는 일을 한다. 지난 10월 동래·동부·금정경찰서에서 시범으로 실시하다 반응이 좋아 지난달 12일부터는 도농지역인 강서·기장을 제외한 부산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활동하는 부산 이웃경찰관만 517명이다.

이웃경찰은 최근 혼자 지내는 90대 치매 노인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했다. 영도경찰서 대교파출소 황성환 경위 등 2명의 이웃경찰관은 가족 없이 혼자 사는 A(여·93) 씨가 치매 증세로 6개월 사이 70여 차례나 집을 찾지 못해 112에 신고된 것을 알게 됐다. A 씨는 지난 8월 동생이 노환으로 숨지면서 치매 증세가 더 심해졌다. 황 경위 등은 이대로 두면 A 씨가 고독사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 가족을 수소문했다. 지역 주민자치센터 등을 통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A 씨 조카와 연락이 닿았다. 조카로부터 입원동의를 받고 보건소·주민자치센터 복지 담당자 등과 여러 차례 면담한 끝에 A 씨를 요양병원에 행정입원시켰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A 씨가 입원한 이후에도 대인기피증으로 병원을 나가려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이다. 이웃경찰관은 A 씨를 찾아 말벗이 돼주면서 요양병원 적응을 도왔다.

이웃경찰관은 지역주민을 만나 접수한 현안 사항을 단기와 중·장기 과제로 나눠 되도록 빨리 개선하려 힘쓴다. 순찰 요청을 비롯해 범죄취약지 환경 개선이나 고장 방범등 교체 등 시설 개선, 조현병 환자 응급입원, 신변보호 요청 등은 즉시 조처에 나섰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이웃순찰제 시행 전에는 경찰관 당사자나 주민의 반응이 다소 냉소적이었는데 실시 후에는 긍정적으로 변한 게 느껴진다. ‘경찰은 말 걸기 어려웠는데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처리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에 신뢰가 간다’는 주민의 말에 이웃경찰이 뿌듯해 한다”고 말했다.

김미희 김영록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