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 “사납금 유지 원한다” 응답
- 실질적인 수입 감소 우려한 듯
- 월급제 광주, 실제 30만 원 줄어

부산지역 법인택시운전자 10명 중 9명은 회사에 일정액을 낸 뒤 나머지를 갖는 사납금 제도 유지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택시운전자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인식돼 온 사납금의 통념을 깨는 조사 결과여서 주목된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부산본부는 지난 9일부터 20일까지 소속 조합원 4969명을 대상으로 사납금 제도와 관련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4429명(89%)이 ‘사납금 유지를 원한다’고 응답했다고 25일 밝혔다. ‘전액관리제(이른바 월급제)를 원한다’는 응답은 540명(11%)에 불과했다.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전액관리제를 시행한다.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설정할 때 명칭이나 형태를 불문하고 사실상 기존 사납금과 유사하거나 변형된 방식으로 산정하는 것도 불가하다고 정부는 관계 법령에 명시했다.

택시운전자들은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면 수입이 사납금 제도보다 대폭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전액관리제는 택시운전자가 1일 근무시간 동안 택시요금미터에 기록된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근무종료 당일 납입하고, 노사가 협의한 ‘소정 근로시간’의 약정액을 월급으로 받는 것을 말한다. 반면 사납금은 일정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는 운전자가 가져가는 구조다. 현재 부산지역 법인택시운전자들은 운송수입금 중 약정한 사납금(1인 1차 기준 14만5000원, 23일 만근)만 납입하고 남은 운송수입금 전액을 가져간다. 택시운전자 A 씨는 “휴식시간도 없이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수입이 똑같다면 누가 일하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일부 택시운전자들은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면 노동 조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은 전액관리제 기준금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을 산출하긴 어렵지만, 교섭이 타결된 광주의 사례를 보면 전액관리제 시행 후 수입이 매달 30만 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산 역시 광주와 마찬가지로 택시운전자들의 실질적인 수입이 더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전국민주택시노조는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더라도 회사에서 ‘월 기준금’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 운송수입금’ 등 명칭만 바꾸고 돈을 올려 받을 수 있어 택시운전자들의 노동 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며 제도 시행 이후 혼란을 우려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된 사납금은 폐지되는 게 옳겠지만 도입 과정에서 택시운전자나 회사 등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면 문제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선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