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걷고 싶은 길 <84> 사천 곤양 둑방길

봉황이 목욕한 곤양천, 도깨비가 쌓은 보… 전설 따라 둑방길 12㎞

  • 국제신문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9-12-22 19:26:25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쉼터공원 ~ 상정 1교 왕복 코스
- 제방 폭 3~4m 노약자 걷기 좋아
- 가을엔 코스모스 만개하는 꽃길
- 삼국지 ‘적벽’ 연상 바위벼랑도
- 우거진 수초엔 철새들 옹기종기

‘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 소달구지 덜컹대던 길~’로 시작되는 가요의 노랫말만큼이나 정겨운 둑방길. 시골을 고향으로 둔 사람이라면 사계절 내내, 또 해를 달리할수록 추억이 쌓이는 곳이 논길이고 하천 둑이다. 봄에는 나물 캐고 여름에는 물놀이하다가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만개하고, 겨울에도 연을 날리거나 얼음을 지치다 손이 시리면 불을 피워 놀던 곳이다. 어디 둑방길 추억이 이뿐이랴. 경남 사천시 곤양면의 곤양 둑방길은 이런 어릴 때 추억을 되새기기 좋은 곳이다. 그런 추억이 없는 사람이라면 새로 추억을 만들기에도 손색이 없는 코스다.
   
고즈넉한 겨울 들판은 맑은 공기가 복잡한 머리를 시원하게 해 준다. 북문교 옆 곤양 둑방길을 걷고 있는 주민들. 이완용 기자
하동군 북천면과 옥종면에서 곤명면을 거쳐 곤양면 지역으로 들어와 광포만을 통해 사천만 바다로 흐르는 곤양천은 홍수 방지용 제방이 잘 정돈돼있다. 제방이 높고 너비도 3~4m여서 웬만한 트럭도 지나다닐 정도지만 주로 농기계가 지나다니는 농로로 이용된다.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주부나 노약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둑방길을 지역주민이 건강증진을 위한 걷기 코스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번지고 걷기 인구가 늘어나자 곤양면에서는 6년 전부터 해마다 가을이면 코스모스 꽃길 걷기 행사를 연다. 지난가을에는 23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주민이 적벽으로 부르는 북문교 옆 바위 벼랑.
둑방길은 둑방길 주변 마을 주민도 이용하지만 곤양면 소재지 동쪽의 쉼터공원에서 출발하는 코스 이용객이 가장 많은 편이다. 이 코스는 쉼터공원에서 상정마을 위쪽의 상정1교까지 왕복 12㎞가량의 구간이다. 걷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천천히 구경하며 걷는다면 3시간은 넘게 걸린다. 쉼터공원에는 어른을 위한 운동기구나 야외용 의자 등도 있지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다양한 놀이시설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쉼터공원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곤양향교를 바라보며 600~700m를 가다 보면 금용교가 나오는데 여기서 다리를 건너기 전에 왼쪽으로 들어서면 둑방의 시작이다. 천천히 둑방길을 따라 걸으면 초행길이라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둑방 오른쪽으로는 곤양천이 흐르고 왼쪽으로는 농경지다. 하천에는 논물을 대기 위해 곳곳에 보를 설치해 두고 있는데 이 때문에 물이 고여 깊은 곳이 많다. 조금 걸으면 높이가 100m쯤 됨직한 벼랑 위에 정자 하나가 외롭게 서 있다. 멀리서 봐도 건물이 오래돼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운치 하나는 끝내준다. 그 아래 하천에는 흰뺨검둥오리나 청둥오리, 가마우지, 논병아리 등의 조류가 많이 보였다. 여기서 솔솥교까지 500여m는 하천이 정지된 듯 고여 있는 모양새다. 길을 따라 걷다가 솔솥교가 나오면 교량을 건너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둑길이 막혀 돌아와야 한다. 솔솥교를 지나 왼쪽으로 북문교까지는 볼거리가 많다. 하천은 물이 깊고 수초가 잘 발달해 있어 철새도 제법 많다.

   
북문교 부근에는 높이가 30여m, 길이 100m쯤 되는 바위 벼랑이 있다. 주민들은 벼랑 어디쯤 ‘적벽’이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으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소설 삼국지에서 유비와 손권 연합군이 100만의 조조군을 물리쳤다는 중국 양쯔강가의 적벽에 비유해 붙인 이름이다. 절벽 아래는 강폭이 넓고 수심이 깊어 중국의 적벽을 연상할 수 있는 그럴듯한 풍경이다. 북문교는 옛 곤양읍 성내와 성 밖을 연결하는 통로다. 곤양 사람은 곤양천을 비봉내라고도 부른다. 봉황이 경치 좋고 깨끗한 곤양천에서 몸을 씻고 하늘나라에 올라갔다는 전설에 따라 ‘봉황이 날아오른 내’라는 의미다. 냇물은 독방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다.

북문교에서 비봉교를 지나 500~600m 더 가면 상정마을 끝자락에 도깨비 보가 나온다. 아랫마을인 송전마을 앞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어진 이 보에는 전설이 있다. 아주 오래전 큰물에 보가 쓸려나가자 이를 걱정하며 밤새 울고 있던 ‘마음씨 착한’ 관리인에게 도깨비들이 나타나 ‘우리는 지금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나눠주면 보를 쌓아주겠다’고 제의했다는 것. 이에 관리인은 마을 사람에게 기별해 술과 음식을 가져다주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음날 날이 밝아 찾아왔더니 도깨비는 흔적이 없고 튼튼한 보가 만들어져 있었다고 한다. 특히 보 주변에는 청석이나 화강석과 같은 단단한 돌이 없었는데 보를 쌓은 돌이 단단한 것이어서 그 뒤로는 아무리 큰 비가 와도 허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하천 정비사업을 하면서 현대식 콘크리트로 대체해 도깨비 보의 옛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상정마을을 이어주는 상정교 주변은 말끔하게 정비도 잘 됐지만 둑방을 활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많다. 길이 80m가량의 철제 터널이 교량 양쪽으로 만들어져 있어 여름이면 수세미나 조롱박 같은 줄기식물이 볼거리다. 마을의 맨 위쪽인 상정교 주변에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가 있는 쉼터가 있는데 출발지인 쉼터공원에서 여기까지가 주로 걷는 걷기 코스다. 곤양면에서도 봄꽃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가운데 왕복 6㎞의 둑방에 꽃양귀비 금영화, 수레국화를 파종했고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심는다. 체육공원에서 상정마을까지 1.5㎞에는 길 양쪽으로 보안등을 설치해 야간에도 걷는 데 불편이 없게 했다.

강영태 곤양면 부면장은 “복잡한 심신을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은 마음의 고향인 시골길이 가장 좋다”며 “사계절 내내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하루를 쉴 수 있는 코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사하구, 전 구민에게 마스크 무상 배부
  2. 2김세연·백종헌·황교안 ‘삼각 악연’, 금정 막장 공천 낳았다
  3. 3확진자 급증 일본 도쿄, 도시봉쇄 우려에 식료품 사재기 파동
  4. 4부산 추가 환자 1명 발생…또 해외 유입, 이번엔 영국
  5. 5[국제칼럼] 한 방에 훅 간다 /강춘진
  6. 6묘수풀이 - 2020년 3월 27일
  7. 7“자치분권 입법, 권한 지방이양 우선돼야”
  8. 8동의과학대, 공공스포츠클럽 공모사업 신규 사업자 선정
  9. 9[서상균 그림창] 기적회생x2
  10. 10롯데 전지훈련 평가 <하> 타선
  1. 1천안함 피격 10주기 … 해군, 2함대서 추모식
  2. 2권영진 대구시장 실신… 병원서 의식 되찾아
  3. 3부산도 후보등록 시작 … 민주 ‘코로나 극복’ vs 통합 ‘정권 심판’
  4. 4부산 부산진구 “주민에게 1인당 5만 원씩 지급”
  5. 5통합당 이헌승 의원, 1년새 재산 6억6000여만 원 늘어
  6. 6‘미투 의혹’ 김원성 무소속 출마 공식 선언
  7. 7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영입
  8. 8김태호 전 경남지사, 거창서 무소속 후보 등록
  9. 9부산진구, 민생안정 위해 230억원 예산 편성
  10. 10부산경상대-연제구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운영 위한 업무협약 체결
  1. 1 청년전세자금대출 만 34세 이하로 확대
  2. 2 거래소 이사장도 화훼농가 돕기 동참
  3. 3금융·증시 동향
  4. 4주가지수- 2020년 3월 26일
  5. 5우려와 기대 교차하는 증시···코스피 3일만에 하락
  6. 6파크랜드, 청년에 정장 빌려주는 ‘드림옷장’ 무상 운영
  7. 7마리나 선박 원스톱 지원센터 ‘굿 디자인’ 뽑는다
  8. 8미국 경기부양책 가결에 증시는 상승.. 아시아증시 혼조세
  9. 9야마하골프, 2020 리믹스 원정대 모집
  10. 10정부, 청년 전용 전세자금 대출 대상 연령 만 34세 이하로 확대
  1. 1부산 코로나19 확진자 1명 추가 20대 영국 유학생…총109명
  2. 2 전국 흐리고 비…제주·남해안 강한 비
  3. 3장덕천 부천시장,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비판으로 도의원들에 비난받아
  4. 4울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미국서 온 15세 남학생
  5. 5부산진구와 수영구, 주민에 5만 원 지급
  6. 6제주, 7번째 확진자 발생…유럽 유학생 귀국해 확진 판정
  7. 7부산 기초지자체들 현금 푼다 … 지역화폐·선불카드·기본소득 등 형태 다양
  8. 8대전 보험설계사 코로나19 확진…첫 증상 후 20일간 활보
  9. 9온천교회 코로나19 집단발생 왜? … “손 씻기 없고 마스크도 일부만"
  10. 10경남 코로나19 확진자 1명 추가, 총 87명…태국 다녀온 40대
  1. 1롯데 전지훈련 평가 <하> 타선
  2. 2올림픽 연기에 진천선수촌도 휴식…선수들 집으로
  3. 3손흥민 “팔 부상으로 못 뛴다고 하기 싫었다”
  4. 4윔블던테니스 연기 여부 다음 주 결정
  5. 56월로 미룬 도쿄올림픽 야구 최종 예선, 다시 연기 결정
  6. 6올림픽 특수 물거품…일본 7조 천문학적 손실 불가피
  7. 7기존 출전권 유효?…꿈의 무대 준비하던 태극전사 혼란
  8. 8유럽 축구계 코로나19 성금 릴레이
  9. 9기량 만개한 kt 허훈, MVP 입 맞출까
  10. 10파리올림픽 조직위 “도쿄올림픽 연기돼도 2024 파리올림픽 예정대로 개최”
히든 히어로
아시아드 요양병원으로 몰려온 시민 영웅
최치원…그의 길 위에서 생각한다
천상의 꽃길 걸어 쌍계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