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교사 지시 거절하게 되면
- 말 탈 기회 축소·박탈 위험”
- 마사회 영향력 높다 응답도
- 평등 구조 전환 요구 목소리

한국마사회 기수 10명 중 6명이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가 없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수들은 조교사의 지시를 거부하면 말을 탈 기회가 축소·박탈되거나, 문제가 있는 말을 배정해 기수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도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달 한국마사회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불거진 마사회 내부의 부당한 지시 구조가 만연해 있음을 시사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부산·경남, 제주, 서울에서 기수로 활동하는 125명을 대상으로 노동·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75명이 응답했고, 이 가운데 60.3%가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11일 밝혔다. 즉 조교사가 작전 지시를 핑계로 승부 조작을 지시해도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셈이다. 조사에 참여한 기수 중 85%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이는 곧 말을 탈 기회의 축소나 박탈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따라서 대다수 기수는 조교사가 부당한 지시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한국마사회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지적됐다. 마사회가 기수 운영과 조교사 운영, 마방 운영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해 1∼10점 중 하나로 답해달라는 요구에 응답자의 54.9%가 ‘10점’을 선택했다. 마사회의 절대적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응답자들은 마사회가 기수 면허 유지권이나 조교사 면허 취득권 등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기수를 통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사회 구조에서 바뀌어야 할 부분으로는 ‘갑을 구조에서 평등 구조로 전환’(71.9%·이하 중복 선택), ‘기수 및 말 관리사 처우 개선’(70.2%), ‘무한 경쟁 제도 개선’(68.4%)을 꼽았다.

특히 이번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문중원 기수가 활동했던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기수 중 61.1%는 본인의 건강 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문 기수 유서에서 드러났듯 기수와 마필관리사에게 가해지는 마사회와 조교사의 갑질과 부조리를 개선하고 사람을 죽게 만드는 허울 뿐인 ‘선진 경마’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상생협력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수협회와 의견을 교환했다. 앞으로 마필관리사와도 만나 생각을 듣겠다”며 “이를 종합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