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작 상위기관인 시체육회가
- “규제 근거 없다”며 승인 거부
- 내년 총선 맞물려 혼란 예상

당협·지역위원장 등 정당의 지역 대표자도 구·군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 논란이 거세다. 지역체육계는 체육회가 ‘특정 정당의 2중대’로 변질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부산시체육회는 기장군을 제외한 15개 구체육회가 일괄적으로 다음 달 15일 새로운 민선 체육회장을 뽑는 선거를 치른다고 4일 밝혔다. 후보자 등록은 다음 달 4, 5일이다. 시체육회장 선거일은 오는 27일이고, 후보자 등록일은 오는 16, 17일이다. 기장군은 이미 민간인이 체육회장을 맡아 해당하지 않는다.

종전까진 각 지자체장이 체육회장을 겸임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지난해 ‘지자체장이 체육단체장을 겸직할 수 없다’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 체육회는 다음 달 16일까지 민간 체육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정치와 체육을 분리해 지방선거 총선 등 여러 선거에서 체육단체가 동원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적이다. 선거인단은 산하 회원종목단체 회장 대의원 등으로 구성되며, 시 선거인단은 400명, 구·군 선거인단은 지역별로 상이하나 대략 100여 명선이다.

하지만 당협위원장 등 정당의 지역 대표도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 법 개정 취지가 퇴색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당인이 체육회장으로 당선된 뒤 세를 더해 내년 4월 있을 총선에 후보자로 나선다면 ‘체육회장’이란 직함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 직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체육회장은 사퇴 규정이 별도로 없어, 체육회장직을 자신을 홍보하는 데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체육회장이 4월 총선에 당선된다면 해당 체육회장직은 3개월 만에 보궐선거를 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남구갑 지역위원장이었던 정정복 씨가 부산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가 정치와 체육 분리를 요구하는 비판을 받아 지난달 당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울산에서도 한 출마 예정자가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는다는 설이 돈다. 이달 선거를 치르는 전남·광주지역에서도 같은 논란이 이어졌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민주당 지역위원장이나 지자체장의 ‘사람’으로 분류된 후보자의 출마설이 불거졌다.

연제구체육회는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최근 ‘회장선거관리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당의 지역 대표자’(당협위원장 지역위원장 등)의 출마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제구 관계자는 “특정 정당의 지역 대표자가 당선되면 각종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당 규정을 신설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구체육회의 방침에 상위기관인 시체육회는 “승인 불가”로 회신했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대한체육회 표준규정에는 정당인이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추후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당인이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정하려면 국민체육진흥법상 이를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체육계는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한 체육계 관계자는 “올림픽 헌장은 스포츠가 정치로부터 중립을 보장받아야 함을 명시한다. 정당의 지역 대표자가 출마하면 사실상 법 개정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