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봉산 자락 위치한 고성의 9경
- 산책로·등산로 등 코스 여러 갈래
- 팔각정 오를 때 편백림 터널 장관

- 소금쟁이 고개쉼터서 정상 가는 길
- 삼산면 앞바다·시가지 한눈에
- ‘一笑一少一怒一老’ 새긴 장승과
- 통천문·여우바위봉 만날 수 있어

편백나무로 빼곡한 ‘갈모봉 산림욕장’을 걷다 보면 치유의 숲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일직선으로 도열해 있는 오솔길을 걷다 보면 마치 천국의 계단을 지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고성군 제공

갈모봉 산림욕장은 경남 고성군이 자랑하는 고성 9경 중 으뜸이다. 고성읍과 삼산면에 걸쳐있는 갈봉산(374ｍ)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고성읍에서 사천방향으로 개설된 국도 33호선을 자동차로 5분 가량 달려가면 이내 진입로를 만날 수 있다. 큼지막한 이정표가 한눈에 들어 온다.

산림욕장 면적은 무려 69만㎡가 넘고 나무 수종은 편백나무가 7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령은 20~50년생으로 추정된다. 면적이 광범위하다보니 탐방로도 여러 갈래길이다. 짧게는 1시간 산책로 코스에서, 길게는 3~4시간 걸리는 등산코스도 있다. 각 코스는 산림욕장 군데군데 설치된 이정표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피톤치드 내뿜는 치유의 숲

이중 탐방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다는 가벼운 산책코스 1.7㎞ 구간을 걸어 봤다. 갈모봉 산림욕장은 모두 3개의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비교적 여유있는 평일에는 탐방로 입구의 3주차장 이용이 가능하지만, 차량이 많은 주말은 아래쪽에 위치한 1·2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2주차장부터 곧 빼곡한 편백 숲을 만날 수 있다. 편백나무가 내뿜는 살균성 물질인 피톤치드가 가득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숲속 나무덱을 지나니 이내 3주차장이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된다. 편백 숲은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가장 왕성한 피톤치드를 내뿜지만 요즘처럼 한적한 시기에 걷는 것도 자연 건강법이다. 찾는 사람이 적다 보니 들이 마시는 피톤치드는 오히려 많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이곳 숲 해설가 송희옥 씨는 “갈모봉 산림욕장은 자연의 병원, 치유의 숲”이라며 “비 온 뒤에 향기를 더욱 내 뿜어 비가 내린 뒷날 편백 숲을 찾으면 더욱 운치 있다”고 말했다.

좌우로 빼곡한 편백 숲을 두고 그 사이로 난 한적한 오솔길을 걸으니 군데군데 높게 쌓은 돌탑이 눈에 들어 온다. 찾는 탐방객들이 하나둘 소원을 빌며 정성껏 쌓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돌탑 옆에는 탐방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평상과 의자 등을 마련해 놓았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니 조그만 정자가 나오고 흙길로 접어든다. 조금전까지는 돌길이었다. 흙길은 걷기에 더욱 편안하다.

■일직선 길다란 편백나무 터널

	여성 탐방객들이 갈모봉 정상으로 근처 의자에 앉아 산자락과 고성 앞바다를 감상하고 있다.

30여 분을 걸었을까, ‘소금쟁이 고개쉼터’가 나온다.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 산림욕장의 교통 요충지다. 예전에 소금장수들이 쉬어가던 고개라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이곳에서 출발지로 돌아오는 길은 임도를 따라 걷거나, 팔각정에 오른 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팔각정으로 오르는 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오솔길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찬 편백나무가 일직선으로 길다랗게 터널을 이뤄 장관이다. 마치 천국의 계단으로 안내하는 듯한 느낌이다.

쉼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갈모봉 정상으로 가는 코스다. 출발지로 곧바로 돌아 오기 아쉬워 오른쪽 산 정상길로 잠시 향했다. 정상 길로 접어들자 이내 삼산면 앞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나무의자가 보인다. 마침 3명의 여성이 의자에 고즈넉히 앉아 삼산면 앞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너무나 여유롭다.

조금을 더 걸으니 편백나무 터널이 또 나온다. 길다란 편백나무 터널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스며들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향긋하게 진동하는 편백향에 취해 터널같은 숲속을 한 걸음 한 걸음 사뿐사뿐 옮기다보면 세상사 근심 걱정이 어느새 사라진다.

이 같은 편백터널은 산림욕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편백 숲이 울창하다. 편백나무 터널을 지나면 헬기장 터가 나온다. 이 곳에서는 이름모를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헬기장터 주위로 야생화가 둘러 싸여져 있다.

■피톤치드 마시고 풍광도 즐기고

소금쟁이 고개쉼터에서 정상 쪽으로 500ｍ쯤 걸었을까, 나무 장승이 탐방객을 반긴다. 일소일소일노일노(一笑一少一怒一老)라 새겨져 있는 나무 장승은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이곳에서 산 정상으로 가거나 둘레길로 하산하는 길로 나눠진다.

여기서 갈모봉 정상까지는 900ｍ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정상까지 향하고 싶었지만 일정상 되돌아와야 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이 지날 수 있는 돌틈 모양의 통천문(通天門)과 암봉으로 된 여우바위봉 등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 발길을 되돌려 아쉬움이 남는다.

소금쟁이 고개쉼터로 되돌아 왔다. 그리고는 팔각정으로 오르는 편백나무 터널을 다시 만났다. 약간의 오르막이지만 편백나무 터널이 주는 운치 탓일까, 전혀 힘들지 않다. 터널을 지나면 이내 팔각정이다. 이 곳에서는 옛 소가야 도읍지였던 고성읍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 온다. 그 뒤로 고성의 명산인 거류산이 우뚝 솟아 있다.

진주에서 왔다는 여성 관광객 일행을 팔각정에서 만났다. 산행을 왔다는 이들은 “편백나무 숲이 너무나 울창해 걷는 내내 즐거웠다”며 “피톤치드도 실컷 마시고 빼어난 풍광도 볼 수 있는 환상의 코스”라며 매우 만족해 했다.

팔각정에서 그 길을 그대로 따라 내려오면 출발점이다. 이 하산길에서도 편백나무 터널을 만날 수 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