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주 상북면 복합웰컴센터 출발
- 4.4㎞ 거리 2시간 정도 소요
- 임도 산행 마니아엔 다소 지루
- 중간중간 가로지르는 등산로도

- 은빛 억새물결 한 달간 장관
- 휴게소·나무덱 계단 등과 조화
- 신불산·배내골 방면 하산 가능
- 산상음악회 가을의 정취 더해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산행을 포함해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날씨나 기온이 사계절 중 가장 걷기에 이상적이고 도로나 산야 곳곳에 펼쳐진 울긋불긋한 단풍과 은빛 물결의 억새 무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기 때문이다. 영남권은 지금부터 딱 한 달간이 이런 풍광이 절정이다. 특히 이런 장소로 제격인 곳이 영남알프스의 사통팔달에 위치한 간월재다. 그래서 간월재(900ｍ)를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울산 2코스’를 소개한다.

	27일 간월재 정상 부근 목재 덱에서 등산객이 억새가 연출한 은빛 물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방종근 기자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연결통로

영남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경계에 형성된 해발 1000ｍ 이상의 9개의 산을 이야기한다.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가지산(1241ｍ)을 중심으로 간월산(1069ｍ), 신불산(1159ｍ), 영축산(1081ｍ), 천황산(1189ｍ), 고헌산(1034ｍ), 운문산(1195ｍ), 재약산(1119ｍ), 문복산(1015ｍ)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산들은 ‘하늘억새길’로 불리는 5개 구간으로 연결돼 있다.

당연히 이를 모두 한 번에 소개하는 건 무리다. 게다가 일반적인 걷기 개념 보다는 산행코스라 해야 무방하다. 산행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라면 지레 포기할 수도 있다. 울산 2코스는 울산에서 간월재까지 ‘걷고 싶은 산행길’ 개념으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실제 많은 이들이 산행이 아닌 트레이닝 복장으로 걷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울산 2코스 출발은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뒤 클라이밍센터에서 출발해 홍류폭포 입구 삼거리를 지나 간월재 임도를 거쳐 간월재에 도달하는 비교적 단순한 길이다. 전체 거리는 4.4㎞로 일반 성인 기준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복합웰컴센터에서 출발해 400ｍ 정도 계곡을 끼고 올라가면 홍류폭포(왼쪽)와 간월재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아직 단풍이 완연하지는 않지만 계곡물소리를 들으면서, 또한 중간중간에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을 마시면서 오르면 그다지 힘들지 않다.

홍류폭포 입구 삼거리에서 오른쪽길로 1.4㎞ 정도 가파른 길을 더 가면 갑자기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를 만나게 된다. 간월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임도인데 산행 마니아에겐 다소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중간중간 가로지를 수 있는 가파른 등산로가 개설돼 있다. 하지만 걷기를 선호하는 이들에겐 상당히 반갑다. 임도는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휘감고 돌아 가파르게 오른다. 2.7㎞ 거리에 달하는 임도를 뚜벅이 걸음으로 오르노라면 어느 새 좀 지루하다고 느껴진다. 이런 마음을 미리 안 것일까. 바로 이때 갑자기 언덕 너머로 억새무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간월재 정상부인 것이다.

■하늘과 맞닿은 억새바다

간월재는 특히 가을에 오르면 아무리 심드렁한 성격의 사람이라도 대자연의 위대함에 공감하며 경이를 표하게 된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은빛 억새물결이 어우러진 장관이 사방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신불산과 간월산을 연결하는 33만 ㎥(10만 평)의 드넓은 평원을 가득 메운 억새바다는 하늘과 맞닿아 있다. 억새가 잔잔한 바람에 일렁일 때마다 은빛 물결이 춤추고 사그락거리는 속삭임이 귀를 간지럽힌다. 억새바다의 온유한 햇살과 바람은 때로는 바람과 운무로 태도를 바꾸지만 이 모두가 간월재에 생명을 불어 넣는 대자연의 소소한 행동일 뿐이다.

간월재 휴게소와 대피소는 이런 풍경화에 화룡점정이다. 억새무리 사이를 갈라놓은 나무 덱 계단이 을씨년스럽지 않은 이런 건물과 어우러져 오히려 알프스 본고장의 서정성을 느끼게 한다.

울주군은 매년 가을 이 곳에서 ‘울주 오딧세이’라는 이름의 산상음악회를 연다. 수많은 관광객과 등산객이 음악회를 감상하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또한 이 곳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레포츠 마니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가을의 간월재는 이제 문화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사람들은 이 독특한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간월재 가는길을 오른다.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을 역으로 가면 되지만 걷기가 조금 아쉽거나 정취를 좀 더 만끽하고 싶다면 신불산 방향으로 하산하면 된다. 간월재에서 신불산까지는 약 1.6㎞다. 억새 숲과 그 속에 놓여진 덱 때문에 오르막이지만 그다지 힘들다 느껴지지 않는다. 이후부터 내리막인데 공룡능선~홍류폭포~웰컴센터 코스로 내려오면 된다. 또 간월재에서 신불산 반대쪽에 있는 간월산 정상(0.8㎞)에 오른 뒤 배내골 방면(억새바람길 5구간)으로 하산하거나, 다시 간월재로 되돌아와 원래 길로 내려가는 것도 권할 만 하다.

■찾아가는 길

부산에서는 KTX를 타고 울산역에서 내리거나 시외버스로 언양정류장에 하차한 뒤 84번 시내버스를 타고 등억온천지구 종점에 내리면 된다. 이곳에서 바로 옆에 있는 울주군 복합웰컴센터로 가서 센터 내 제일 뒷편에 자리한 클라이밍센터를 찾아 출발하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산 나들목으로 진입해 작천정을 지나면 왼쪽에 등억온천이 보인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