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구 “오륙도로 이미 공인 받아”
- 해양조사원 “명확한 규정 없어”
부산 해운대구가 달맞이 언덕을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기준점(이하 동남 기준점)으로 알리는 스토리텔링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미 9년 전 오륙도에 동남 기준점 표지석을 세운 남구와 갈등이 일 조짐이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달맞이언덕 해월정 부근에서 동남 기준점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국립해양조사원과 극점 공식화를 위한 협의를 거친 뒤 이곳이 동남 기준점임을 알리는 표지석을 세우거나 포토존을 만들 생각이다.
홍 구청장은 “국립 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해월정이 동남 기준점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 문제를 놓고 남구와 다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홍 구청장이 남구를 언급한 이유는 남구가 2010년 오륙도에 동남 기준점 표지석을 세웠기 때문이다. 남구는 오륙도와 승두말(오륙도와 가장 가까운 육지)을 잇는 가상의 선을 동남 기준점으로 한 국립해양조사원의 1992년 수로 업무편람을 근거로 표지석을 세웠다. 정부도 동해안길인 해파랑길의 출발점을 이곳으로 정했다.
박재범 남구청장은 “오륙도는 동해안길인 해파랑길과 남해안길인 남파랑길의 출발점으로 문화관광체육부가 인정한 동남기준점”이라며 “오륙도가 실효적으로 동남 기준점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이견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와 남구 사이의 동남 기준점 논쟁은 2013년에도 일었다. 당시 해운대구가 국립해양조사원의 ‘우리나라 해양영토’ 자료를 인용해 해월정 앞바다인 북위 35도 동경 129도에서 북쪽을 기준으로 135도 방향으로 뻗는 직선이 동·남해의 경계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동남 기준점 논란이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기상청은 행정 편의에 따라 부산과 울산의 해안경계점을 남해와 동해의 경계로 보는 등 동남 기준점이 다양한 마당에 굳이 획일화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기준점은 각 기관이 행정 편의에 따라 정하는 것”이라며 “기준점 확정을 위한 명확한 규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