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정 과정 공정성·현장점검 미흡 논란
- 구 “내년까지 부지 마련하면 상관 없다”

부산 수영구가 청소차 주차장과 적환장(쓰레기를 매립장에 보내기 전에 임시로 모아 두는 곳)도 갖추지 못한 업체를 청소대행사로 선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영구는 “잇단 비리를 척결하고자 24년 만에 투명·공정한 절차를 거쳐 청소대행업체를 선정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허점투성이였던 셈이다. 수영구의 ‘황당 행정’에 업계는 물론 청소노동자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높다.

수영구는 최근 공개경쟁모집을 시행해 내년부터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할 청소대행업체로 H사와 K사를 뽑았다고 15일 밝혔다. 기존 청소대행업체가 횡령 등 문제를 일으키자 수영구는 1995년 개청 이래 처음으로 공개모집을 했다.

문제는 두 업체 모두 수영구 관내에 주차장과 적환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H사는 공개모집 당시 주차장·적환장으로 고려제강 소유인 수영구 망미동 부지를 적어냈다. 고려제강 측은 “임대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며 반발했고, 진위를 확인하려고 수영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고려제강 관계자는 “개인업자가 찾아와 이 부지를 화물차 주차장으로 쓴다고 해서 가계약을 한 적은 있지만, H사는 무슨 회사인지도 모른다. 청소차 주차장이나 적환장으로 부지를 사용한다는 얘기 자체를 들은 적이 없다”며 “괜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애초 개인업자와 맺은 가계약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모집 때 서류평가 점수(45점) 가운데 주차장·적환장 등의 배점이 15점이나 됐는데, 오히려 이 시설을 보유한 업체들은 탈락하고 부지조차 마련하지 못한 H사가 선정된 것이다.

H사와 함께 선정된 K사는 부산진구의 청소대행도 맡고 있으며, 수영구 관내에는 주차장·적환장 시설이 없다. 청소대행업계 한 관계자는 “부지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어떻게 선정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영구가 부지 계약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현장 점검을 똑바로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 승계를 기다리는 한 청소노동자도 “두 업체 선정을 두고 직원 사이에서도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투명하고 공정한 모집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는 업체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수영구 관계자는 “K사는 부산진구에 관련 시설이 있어, 그 시설을 사용하면 된다. H사는 내년까지만 주차장과 적환장을 마련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