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폐쇄 요구하며 반발하자
- “내년엔 예산 편성” 뒤늦은 대책

부산시가 강서구 명지동 명지소각장에서 발생한 폐열을 판매해 연간 3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인근 주민에게는 지원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각장 폐쇄 여론이 고조되자 시는 뒤늦게 지원금을 주겠다고 나섰지만, 주민들은 소각장 완전 폐쇄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명지소각장 인근 주민 지원사업을 위해 내년도 본예산에 관련 예산 1억 원을 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2018년 7월 폐기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 개정으로 폐열 판매로 발생한 수익의 10% 이하를 구·군에 지급해 주민 지원 사업에 쓰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명지소각장의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폐열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폐열 판매 수익금은 34억 원에 이르렀다. 2017년에도 31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에 따라 시 자원순환과는 2018년 추가경정예산과 2019년 본예산에 명지동 주민 지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시 예산실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조례 개정 후에도 명지동 주민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명지동 주민은 크게 반발하며 소각장을 폐쇄할 것을 촉구한다. 임현숙 명지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소각장 때문에 주민은 환경권과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다. 소각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고 예산이 없어 주민에게 지원금을 주지 못한다는 시의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시는 이제 와서 지원금을 주겠다고 하지만 주민이 원하는 건 지원금을 더 받는 게 아니라 소각장을 완전히 폐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소각장 앞에서 집회를 연 주민들은 소각장 완전 폐쇄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수시로 집회를 열 계획이다.

강서구는 시가 구에 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주민이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으면 반납할 방침이다.

지역 정치권도 반발한다. 강서구의회 박상준 부의장은 “지원금으로 주민 불만을 해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주민이 지원금을 더 받으려고 집회를 여는 줄 아는 시의 인식이 매우 불쾌하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김동일(강서구1) 의원은 “현재 지원금 제도는 시가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그만이고, 액수도 주민과는 논의 없이 시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구조다.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며 “시는 소각장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