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부터 화재 등 비상사태 대비
- 훈련 받아왔지만 지도 허점 노출
- 학교 측 교육 소홀 가능성 지적

- 사고 목격 학생 트라우마 시달려
- 김해교육지원청 심리치료 실시

등교하던 학생이 갑자기 작동한 방화셔터에 목이 끼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고가 난 경남 김해 A초등학교(국제신문 지난 1일 자 8면 보도)가 정부로부터 ‘재난 안전 훈련 학교’로 지정된 사실이 알려졌다. 관련 훈련을 받는 학교에서조차 안전 사고가 발생하자 학생 안전 지도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1일 김해교육지원청과 A초등학교에 따르면 A초등은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로부터 ‘어린이 재난 안전 훈련 학교’로 지정돼 각종 재난에 대비해 대피 훈련과 응급처지 요령 등을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 대비 훈련에는 이번에 참사로 이어진 방화셔터 오작동과 관련한 대피 요령 등의 교육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학생 주도로 안전 대피 훈련을 하는 게 목적이다. 전교생이 참가해 일사불란하게 훈련이 진행됐다”며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피하는 요령을 익히는 훈련이었기 때문에 방화셔터가 작동될 경우에 대비한 훈련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측이 평소 안전 교육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소방 당국이 문제의 방화셔터를 수동 조작한 결과 셔터가 완전히 내려오기까지 10~15초가 걸렸다. 소방 관계자는 “그 정도 시간이면 대피하기에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학생 안전’을 강조하는 교육청의 기조가 일선 학교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달 24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재해 체험과 안전교육을 하는 경남학생안전체험교육원을 진주에 개원했다. 도교육청은 이 시설에 23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학생 안전 교육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지만, 이번 사고로 이 같은 노력이 무색해졌다.

이와는 별도로 사고를 목격한 학생 10여 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 커지자 교육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해교육지원청은 사고 당일 오후 심리상담사 3명을 학교에 파견해 학생들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했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고 목격자와 사고 현장 인근 교실에 있던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했다”며 “어린 학생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트라우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B(9) 군은 지난달 30일 오전 8시32분 학교 2층 계단 부근에서 교실로 가던 중 천장에서 내려온 방화셔터를 피하지 못해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B 군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