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통장으로 빼돌려 유흥비로 써
- 해경, 기소의견 무더기 검찰 송치
- 어민들 “배신감 커 … 민사소송 예정”

임의로 만든 단체를 동원해 어민이 받아야 할 거액의 보상금과 각종 사업 보조금을 빼돌린 부산지역 어촌계장들이 무더기로 해경에 붙잡혔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지역 어민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남해해양경찰청은 부산지역 어촌계장 A 씨 등 5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하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A 씨 등은 법적 근거가 없는 단체 명의로 어민에게 지급돼야 할 피해 보상금과 수협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해경과 어촌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A 씨를 비롯한 어촌계장 5명은 약 5년 전 ‘부산 수협 B대책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해경 조사 결과 이 대책위는 수산업협동조합법을 따르지 않는 불법 단체로 확인됐다. 법정 단체가 아닌 탓에 A 씨 등은 개인 통장으로 어민에게 지급되는 보상금과 보조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이들 어촌계장이 횡령한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어촌계는 최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해경은 어민의 신고를 토대로 수사를 시작했다. 어촌계 소속 어민은 이 단체가 법인이 아닌 개인 명의 통장을 사용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해경에 수사를 의뢰했다. 어민은 이들 어촌계장이 빼돌린 돈 대부분을 해외여행 경비와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남해해경 관계자는 “A 씨를 포함해 입건된 어촌계장 5명은 모두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이미 사건을 검찰로 보냈다. 검찰이 조만간 이들의 신병 처리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의 어촌계에 소속된 어민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어촌계는 수산업협동조합법상 수협 산하 조직으로, 어촌계장은 정관에 따라 선거로 선출된다. 어민 C 씨는 “어민의 선거로 뽑힌 어촌계장들이 몰래 이런 일을 벌였다는 데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어촌계 측은 “A 씨 등이 각 어촌계의 또 다른 공금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공적 용도로 지급된 수협 보조금이 어떻게 개인에게 지급될 수 있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며 추가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어촌계 소속 어민은 관련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로 했다. 또 A 씨 등을 상대로 보상금과 보조금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어촌계 관계자는 “A 씨 등이 아직 어촌계장직을 유지해 업무를 정지하는 방안을 두고 임시총회를 열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