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40개 학교 10개 권역 대결
- 총 16곳 최종 리그 진출 예정

- 책 읽고 논제에 대한 생각 정리
- 찬반팀 중 어느 쪽 될지 몰라
- 양측 입장 모두 공부해와야 해

- 동래·사직·이사벨·금정고 리그
- 논리로 상대팀 흔들거나 압박
- “경청의 기술 배우고 배움 확장”

독서는 모든 학습의 근간이지만 독서 교육은 초·중·교를 막론하고 골칫거리 중 하나다. 너무나 중요하지만 학생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어려워서다. 이런 독서를 토론과 연계해 독서 자체를 강조하기 보다는 독서가 기본이 되면서 이를 좀더 재미있고 활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이 독서토론이다. 부산시교육청은 ‘고등학생 다같이 독서토론리그’를 진행해 독서와 토론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동래고에서 열린 고등학교 다같이 독서토론리그 3라운드에서 동래고(왼쪽)와 사직고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동래구 동래고등학교 4층 소강당에서 열린 독서토론리그의 지정 도서는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최훈)’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김태형)’였다. 논제는 책 순서대로 ‘채식을 해야한다’ ‘세계국의 삶을 거부한 존의 선택은 옳다’ ‘가짜 자존감을 거부하며 살아야 한다’였다. 도서 선정과 논제 개발은 21명의 중고교 교사가 참여하는 행복독서교육지원단이 맡는다.

최우수 토론자들. 왼쪽부터 사직고 박한결, 이사벨고 조유리, 동래고 김지정.

독서토론리그에 참여하는 각 학교 독서·토론 동아리 학생은 모두 이 책을 읽고 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의 논거를 준비한다. 대회 당일 자신이 속한 팀이 어떤 입장에서 주장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학생들은 양측의 입장 모두에 대해 심도 깊게 공부해야 한다.

이날은 동래고, 사직고, 이사벨고, 금정고가 참여하는 리그였다. 기자가 참관한 논제는 ‘가짜 자존감을 거부하며 살아야 한다’였는데 다양한 논거를 준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짜 자존감은 잠시의 만족감일 뿐 진짜 자존감과는 달라서 결과적으로 인격을 황폐하게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옹호하는 쪽이 좀더 자연스러워 반대 입장 학생들이 고전해 해당 학교 동아리에선 작은 한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토론이라는 것 자체가 서로 입장이 반대되는 상태로 자신의 주장이 더 논리적임을 보여줘야 하므로 서로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쓰는 것도 흥미로웠다.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발언기회에선 상대에게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거나 15초 안으로 답변을 해달라며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성아 장학사는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토론대회를 통해 학생들은 말하기 뿐 아니라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경청의 기술과 태도도 자연스레 배운다. 상대의 말을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거기서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거나 적절히 반박할 수 없으므로 아이들은 대화의 기본 중의 하나인 귀 기울여 듣기에도 익숙해 진다. 이와 함께 이 모든 기본에 지정 도서를 제대로 정성들여서 읽는 일이 포함되므로 몰입적인 독서 습관도 자연히 길러진다. 게다가 저자의 생각대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두 가지 입장 모두를 공부하므로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는 힘도 생긴다.

당일 독서토론리그에서 최우수 토론자 3인 중 1위를 차지한 조유리(이사벨고 2)양은 “독서토론 대회 참여가 처음이지만 입론서 준비를 위해 책을 읽고 친구들과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가장 재미있었다”며 “다양한 의견을 들으니 내 생각도 함께 확장되는 배움이 있었다”고 만족해 했다. 2위 김지정(동래고 1) 군은 “토론대회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상대의 반대 논리에 귀 기울일수록 내 주장을 더 명확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된다”며 경청의 기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3위를 차지한 박한결(사직고 2) 군은 “중학교 때부터 토론동아리 활동을 해오면서 당시에 준비한 주제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독서와 토론의 재미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대회라 친구나 후배들에게도 꼭 참여를 권하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독서토론리그는 4학교씩 10개 권역으로 나눠 전체 40개 학교가 참여한다. 학교별 참여자는 6명으로 이들이 권역별로 리그를 거쳐 독서토론 한마당으로 진출한다. 각 리그별 최우수동아리 10개와 우수 동아리 6개로 총 16개 학교가 남아 최종 리그로 진출한다.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므로 독립과 관련된 도서를 선정해 최종 리그를 진행할 계획이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