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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78> 사천 장령산 둘레길

비질한 듯 깨끗한 등산로, 정상엔 20여 종 운동기구 ‘체육공원 같네’

  • 국제신문
  • 이완용 기자
  •  |  입력 : 2019-09-22 19:35:0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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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서 가깝고 산 높지 않아
- 산행철엔 200~300명 발길
- 약 4.5㎞ 2시간가량이면 충분

- 쉼터·신발털이용 공기압축기
- 정상 200여m 앞엔 약수터 등
- 등산로 곳곳 정비 잘 돼 있어

- 밤·굴밤나무 많아 멧돼지 흔적
- 하산땐 낙엽·잔가지에 미끄럽고
- 갈림길 10여 곳 헷갈리니 주의

경남 사천시 사천읍과 정동면에 걸쳐 있는 장령산(掌令山)은 정상이 해발 201m인 야트막한 산이다. 지도에는 장령산으로 표기돼 있으나 산 아랫마을 사람들은 뜸벌산이라고 부른다. 한자어로는 부봉산(浮蜂山)이라고도 한다. 산세가 벌이 날아가는 형상이어서 붙여졌다는 말이 있다. 벌이 벌통에 있지 않고 ‘뜬다’, ‘날아가 버린다’는 의미여서인지 산 아래 화암마을에는 지금도 양봉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부봉산으로 불리기 전에는 두음벌(豆音伐) 산이라 했는데 한자어로 해석하면 사주(사천의 옛 이름) 지역을 수호하는 우두머리가 있었다는 곳이란다. 오늘날 장령산의 장령은 고려 때 정4품의 관직 이름으로 사헌부 지평(持平) 최용생(崔龍生)이 이곳으로 유배를 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경남 사천시 장령산 둘레길을 찾은 남녀가 맨발로 걷고 있다. 장령산 둘레길은 산길이지만 깨끗하게 정비돼 맨발로 산행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산은 높지 않고, 골은 깊지 않지만, 유서 깊은 산이어서인지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사천읍이나 정동면 주민이 자주 찾는 산책코스이고 진주와 창원, 대구 등지의 마니아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온다. 요즘 같은 산행 철 주말에는 줄잡아 하루 200~300명이 찾는다고 한다.

승용차를 타고 온 등산객은 사천향교 부근에서 출발하거나 사천자영고등학교 뒷길에서 시작하는 2개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 주차하기가 쉽고 일주 산행을 한 뒤 출발지로 돌아오기 쉽기 때문이다. 이 2개 코스는 어디에서 출발하더라도 화암마을 앞 장령산 입구에서 만난다. 향교에서는 뒷산인 성전봉을 넘어 400여 m만 걸으면 장령산 입구가 나오고, 자영고 쪽에서는 1.2㎞가량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장령산 입구가 나온다. 나중에 하산길은 역순이기 때문에 출발지는 선택하기에 달렸다. 여기서는 자영고 출발코스를 택했다.

■도심서 가깝고, 정비도 잘 돼

   
사천자영고 오른쪽에서 성균관 유아학교, 화암저수지까지 300여 m는 시골 마을 진입로치고 도로가 넓은 편이어서 눈치껏 도로 옆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여기서 화암마을까지 1㎞가량은 아스팔트 길이다. 아스팔트가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하산할 때 수월하기 때문에 참고 걸었다. 오른쪽으로 콩지은 체험농장을 만난다. 귀농인 이지은 씨가 자신의 성을 ‘콩’ 씨로 바꿔가며 된장 간장 고추장을 만드는 교육장이다. 화암마을 앞에는 마을회관이 있고 여기에서 왼쪽으로는 구암마을 쪽으로 가는 2차선의 시멘트 길이다. 장령산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작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야 한다. 입구에는 사천시가 신발 털이용 공기 압축기와 곤충 기피제를 비치해놨다.

사천시가 곳곳에 쉼터를 만들고 정상에 정자와 운동 시설을 설치하면서 이름을 장령산 둘레길로 지었다. 둘레길은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빽빽하게 들어선 아름드리 소나무 때문인지 시원한 기운이 돌았다. 도심에서 가까운 산으로 시민이 많이 이용해 등산로도 잘 정돈돼 있다. 일 년에 풀베기를 두세 번은 하는 모양이다. 길바닥도 비로 쓴 듯 깨끗하다. 길에서 만난 중년 부부는 맨발로 걷고 있었다. 입구에서 장령산 정상까지 1.5㎞가량은 대부분이 그런 깨끗한 길이었다. 정상 200여m 앞에는 약수터가 있다. 옛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약을 달일 때 여기까지 올라와 약수터 물을 길어 갔다고 한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가족의 안녕을 빌 때 사용하는 정안수로도 이 물을 사용했다고 한다. 수질은 양호하고 한겨울에도 마르지 않고 얼지 않는다고 한다.

■내리막길 미끄럼 주의

   
장령산 정상의 체육공원에 설치된 20여종의 운동기구와 쉼터.
산 정상에 가니 시내의 체육공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역기, 철봉 등 20여 종의 운동기구가 100여 평에 3열로 정렬해 있고 움직임이 많은 운동기구는 바깥쪽으로 배치돼 있다. 외곽에는 10여 개의 벤치와 평상이 놓여 있고 서너 평의 정자도 있어 쉼터 역할을 했다.

정상에서 출발지로 내려가는 길은 아래의 화암마을을 중앙에 두고 원을 그리듯 한 바퀴 빙 돌아가는 모양이다. 정상과는 달리 내려오는 길은 군데군데 평탄하지 못했다. 여름의 끝자락인데도 곳곳에 낙엽과 잔가지가 흩어져 있어 제법 미끄럽다. 둘레길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안전에 소홀하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정동면 풍정마을로 갈라지는 갈림길 전·후가 특히 심했다. 갈림길 옆에 놓여있는 쉼터에서 물을 마시며 땀을 닦는다. 불어오는 바람이 가슴을 상쾌하게 하지만 그보다 좋은 것은 시원하게 트인 전망이다. 멀리 이구산이 보이고 약간 오른쪽 아래에 앞들이라 불리는 사천평야가 펼쳐져 있다.

   
호젓하고 경사가 완만한 장령산 둘레길의 모습.
내려오는 길에 아래로 화암터널이 관통하는 산골짜기에 들어서니 숲속인데도 바람이 분다. 터널을 왕복하는 차량의 빠른 움직임이 공기 흐름에 간섭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란다. 여기서부터 마을을 내려가는 300여 m의 길옆은 멧돼지가 밭을 매듯 헤쳐놓았다. 밤나무와 굴밤나무 등이 많아서다. 장령산 둘레길은 약 4.5㎞로 2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출발지에서 도착지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둘레길에는 10여 곳의 갈림길이 있다. 낮은 산이다 보니 주변 마을에서 올라오는 오솔길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를 때는 정상을 보고 앞으로 걸으면 되지만 내려올 때는 길을 잘 찾아야 한다. 잘못 들어서면 전혀 엉뚱한 마을로 내려가기 쉽다. 이정표를 잘 보거나 미리 지도를 구해 코스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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