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치매센터 등 각종 치료시설
- 소장실·사무실보다 높은 층 위치
- 위급 상황 때 빠른 대피 어려워

경사 대피로가 없는 장애인스포츠센터를 건립해 논란을 빚은 부산 사하구(국제신문 지난해 12월 11일 자 6면 등 보도)가 이번에는 치료시설이 포함된 행정복지타운을 지으면서 주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부산 사하구 ‘신평 행정복지타운’의 전경.

사하구는 올 연말 준공을 목표로 신평2동 일대에 ‘신평 행정복지타운’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해당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총사업비 335억 원이 투입된다. 구청 4개 부서와 보건소, 동 행정복지센터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건물 내 시설 배치 면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 진행된 현장 답사에서 구의원들은 환자가 많이 방문하는 시설인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와 물리치료실 등 치료시설이 비교적 높은 3층에 위치한 사실을 지적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환자와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을 주민이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건물 내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는 2기밖에 설치돼 있지 않다. 이와는 달리 보건소장실과 보건행정과, 건강증진과 등 부서 사무실은 2층에 위치해 대조를 이뤘다.

사하구의회 김소정 의원은 “치매 환자와 물리치료 환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동하기가 어렵다. 화재 등 위급 상황에서는 엘리베이터도 사용할 수 없는데 빠른 대피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주민보다는 보건소장을 비롯한 직원의 편의만 고려한 시설 배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구는 현재 건물 구도나 시설 배치가 완료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설 배치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며 “준공을 앞두고 배리어 프리(장애물 없는 시설) 인증을 받을 예정인데, 지적 사항이 나오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하구는 앞서 을숙도에 있는 서부산권 장애인스포츠센터 건립 과정에서 장애인용 경사 대피로를 마련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센터는 부산 최초의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로 기대를 모았으나, 건물 외부로 연결된 통로가 높은 계단밖에 없어 비상시 휠체어 사용자의 대피 방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직접 현장을 시찰하는 등 문제가 커지자, 구는 지난 5월부터 6000만 원을 들여 비상 대피로 공사 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구는 공사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시에 특별교부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