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이 지역 해녀의 고질병으로 알려진 ‘잠수병’ 치료를 돕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부산시의 관련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지역 나잠 어업인 치료 지원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기장군의회는 지난달 말 나잠 어업인(해녀) 질환 치료 지원을 위한 조례를 공포했다고 4일 밝혔다.

기장군에는 부산 16개 구군 중 가장 많은 566명의 등록 해녀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수십 년간 물질 생활을 하느라 생긴 잠수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잠수병은 물 속 깊은 곳에 들어갔던 이들이 별도의 감압 조치 없이 뭍에 나왔을 때 발생한다. 고압의 물속에서 체내에 축적된 질소가 완전 배출되지 않고 혈관이나 몸속에 기포를 만들어 몸의 통증을 유발, 해녀의 직업병으로 불린다.

잠수병에 걸린 해녀 숫자는 현재 파악되지 않았으나 군 측은 등록 해녀의 절반가량이 이 병에 걸린 것으로 본다. 기장군 외에 영도구 남구 등 부산 곳곳에서 해녀가 활동하므로 잠수병 치료가 필요한 수요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부산시가 2011년 나잠어업 종사자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해녀의 잠수병 치료 지원 사업을 진행했으나 수요가 없어서 2015년 중단했다. 지역 내 잠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보니 해녀들이 원거리 치료가 힘들어 사업 신청을 하지 않은 탓이다. 타지역에서 해녀의 잠수병 치료를 지원하는 조례를 갖춘 지자체는 강원 충남 경남 경북 제주가 있다.

그런데 최근 정관일신기독병원에서 고압산소 챔버를 갖추는 등 잠수병 치료가 가능하게 되자 김종률 군의원이 해녀 질환 치료를 위한 조례를 대표발의한 것이다. 이에 군 측은 관련 시행 규칙이 제정되면 내년 상반기에 지역 해녀에게 무료 잠수병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민이 나잠어업인 신고증을 갖고 병원에 방문해 잠수병 판정을 받고 관련 치료를 마치면 군이 해당 병원에 치료비를 지급하는 식이다. 군 측은 해녀 280여 명에게 잠수병 진단비 8만 원, 3회 치료비 7만5000원 등을 지급하면 4000여만 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김종률 군의원은 “해녀 치료를 위한 제도가 있어도 근처에 병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지역 병원에 잠수병 치료 시스템이 마련돼 새 제도와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