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비 없어 지자체 비용 마련 난색
- 부산, 작업 완료율 3.9%로 저조

차량 번호판 인식시스템 교체를 앞두고(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2면 보도) 정부 당국이 현장의 혼란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9월 1일부터 현재 7자리인 자동차번호판을 8자리로 변경하기에 앞서 차량번호 인식카메라와 시스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차량번호 인식시스템 업데이트는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가 지난해 말 2300만 대를 넘어서면서 비사업용 승용차 대상 7자리 번호체계의 용량이 포화에 이른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9월 전까지 매주 시·도별 업데이트 추진실적을 점검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국비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일선 지자체는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 컴퓨터 서버와 기계 인식 프로그램 업데이트 등에 최대 4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A구 관계자는 “지난달 통과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급하게 관련 예산을 추가해 겨우 비용을 마련했다. 업데이트를 독려하려고 만나는 민간 주차장 운영자도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작업은 국비로 지원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관리업체와 시스템별로 알고리즘이 달라서 비용을 지원한다면 기준이 너무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주차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업체마다 업데이트 추진 속도도 천차만별이다. 사하구의 한 민영주차장 관리자는 “프로그램을 주문했는데 주문이 밀려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 빨리 작업하고 싶은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업데이트 비용 부담을 놓고 주민회의 등을 거쳐야 해 절차도 복잡하다.

부산시 전체로 보면 공공기관 청사와 공영주차장 등 공공주차장 126곳과 아파트·쇼핑몰 등 민간주차장 507곳이 업데이트 대상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기준 부산의 인식시스템 업데이트 착수율은 30%, 작업 완료율은 3.9%로 타 시·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비용 부담을 느끼는 경우 업체에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건의하는 게 전부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거나 지역에 따라 편차가 나는 경우도 있어 일괄적인 관리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는 공공주차장은 이달 말까지, 민간주차장은 다음 달 말까지 업데이트 작업을 완료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