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차례 귀가 독려 방송에도
- 상가·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 방문객들 새벽까지 술판 이어가
- 일부 “술 마시기 운치 더 좋아져”

- 무질서 근절 효과 생각보다 적어
- 수영구, 주말 상황 모니터링 후
- 추가로 대책 보완 마련 계획

부산 수영구가 여름철 민락수변공원 내 음주 소란 행위와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으려고 매일 가로등을 끄는 초강수(국제신문 지난달 28일 자 2면 보도)를 뒀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안내 전단을 나눠주고 귀가를 독려하는 방송을 해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방문객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주말인 지난 6일 0시 가로등이 꺼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일부 방문객이 술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가로등이 꺼지기 직전의 모습. 수영구청 제공

수영구는 애초 관광객과 상인 반발에도 ‘강제 소등’을 밀어붙일 정도로 절박함을 호소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난감해한다. 오히려 “술 마시기 더 좋은 환경이 됐다”는 반응마저 나와, 수영구 대책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된다.

토요일인 지난 6일 0시가 되자 민락수변공원에 설치된 가로등 13개가 동시에 꺼졌다. 또 가로등 소등 전 방문객 귀가를 독려하는 방송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그러나 민락수변공원 일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던 방문객 대부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미리 귀가를 계획한 일부 방문객만 자리를 떴고, 나머지는 가로등 대신 광안대교 경관 조명과 인근 해운대 마린시티 불빛에 기대 술을 마셨다. 민락수변공원 뒤편 상가 불빛도 어둠을 밝히는 역할을 했다. 휴대전화 불빛으로 간이 조명을 만들어 술을 마시기도 했다. 가로등이 꺼진 뒤에도 한참 동안 휴대용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고, 주점에서 사용하는 미러볼까지 등장한 술자리도 있었다.

관광객 김모(32) 씨는 “가로등 불빛이 꺼져 간이 조명을 놨는데 오히려 운치 있다. 무더운 여름밤 시원한 술자리를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예상과 달리 방문객 발길이 이어지자, 수영구를 향해 ‘막무가내 행정’이라고 비판했던 상인들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수영구는 지난 1일부터 매일 0시~새벽 3시 민락수변공원 가로등을 소등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애초 7~8월 금·토·일요일에만 시범적으로 소등하기로 했지만, 평일에도 불을 끄는 쪽으로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가로등 소등 정책 후 첫 주말을 맞은 민락수변공원의 분위기는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매년 밤샘 음주가 계속되는 민락수변공원은 인터넷 등에서 이미 유명하다. 특히 만취 방문객이 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빠져나가 공원이 대형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2017년 7~8월 이곳에서 수거된 쓰레기양은 172ｔ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189ｔ이 수거돼 10%가량 늘었다.

수영구는 올여름을 앞두고 가로등 소등을 결정한 건 물론 쓰레기 분리수거 인력을 새벽 시간 5명으로 늘렸다. 무질서 행위 계도팀(6명), 무신고 업소 단속팀(6명)도 운영하는 등 특별 대책을 세웠다. 수영구 관계자는 “여러 반발을 감수하고 강력한 대책을 시행했지만, 아직 보완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