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현대사 4대 민주항쟁 불구
- 역사적 저평가·국가기념일 제외
- 40주년 맞아 시민요구 거세지며
- 국무회의서 입법안 통과 유력

- ‘10월 16일’ 전 절차 완료 땐
- 전국 차원 기념식 정부가 주관
- 진상규명·체계적 정리 작업 필요

부마민주항쟁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국제신문 2일 자 1면 보도)되면서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항쟁의 의미도 한층 특별해졌다. 부산 경남 시민사회는 국가기념일 지정을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항쟁 정신을 기리는 풍성한 행사를 마련해 국가기념일 지정 취지를 담아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범국민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송기인 공동추진위원장 등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제신문 DB

■시민 힘으로 만든 국가기념일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유신 체제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이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 학내 시위로 촉발됐다. 이후 10월 20일까지 부산을 비롯해 마산 창원 등 경남 일원으로 시민 봉기가 들불처럼 번졌다. 항쟁은 10월 26일 박정희 정권의 18년 독재를 종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역사적 의미에 따라 부마민주항쟁은 5·18민주화운동, 4·19혁명, 6월항쟁과 더불어 한국 현대사 4대 민주화 운동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아직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에 올해 40주년을 맞은 부마민주항쟁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간 이어진 서명운동에 시·도민 60만 명이 참여했다. 이런 지역민 목소리에 화답하듯 행정안전부가 최근 부마민주항쟁이 시작된 10월 16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항쟁 의의 기리는 계기되길”

지역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하 부마재단) 고호석 상임이사는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해서는 국무회의 통과 등 절차가 남았지만, 무리 없이 지정될 것으로 본다. 부산 경남 60만 시·도민이 서명에 동참했고, 특별한 반대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반가운 일이다. 국가기념일 지정은 당연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송기인 공동추진위원장은 “조금 늦었지만 당연한 움직임이다. 40주년 전에 결정이 완료돼야 할 것”이라며 “사실을 정확하게 정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항쟁의 역사에 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후세에 역사를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만큼,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부마항쟁진상규명위원회 차성환 상임위원은 “국가기념일 지정은 좀 더 일찍 이뤄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지정돼 다행이다. 대단히 환영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이어 “부산 경남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요청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크다. 부마민주항쟁은 유신 체제를 붕괴시킨 민주화의 전환점인데 그동안 묻혀 왔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전 국민이 항쟁을 제대로 알고, 그 의의를 기리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기뻐했다.

■석 달 후 기념식, 대통령 참석할까

지역에서는 부마민주항쟁 4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오는 10월 16일 이전에 지정 절차가 완료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 앞으로의 부마민주항쟁 기념행사는 정부가 주관한다. 행사 크기 또한 전국적 규모로 커진다. 부마재단 관계자는 “국가기념일이 아니면 대통령의 공식 참석이 어렵다. 10월 16일 이전에 국가기념일 지정 작업이 완료되면, 문 대통령이 4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지난 3·1절 행사에서 항쟁을 언급하며 “민주공화국을 만들어 낸 계기”라고 설명했다.

부마재단은 국가기념일 지정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진상 규명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 측은 “2013년 부마항쟁보상법이 제정된 뒤 이듬해 위원회가 설치돼 현재까지 진상 규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수 피해자를 찾아 충분하진 않지만 보상도 일부 이뤄졌다. 관련자의 명예 회복이 제대로 이뤄진 뒤에 40주년이 알려져야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추가 노력도 필요하다. 고호석 상임이사는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이 일시적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며 “항쟁의 기억을 항구적으로 이어가는, 전승 가능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황윤정 신심범 임동우 기자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일지 2018년 8월 22일 2018년  9월 1일 2018년 9월 21일 2018년 10월 25일 2019년 5월 2일 2019년 7월 2일 부마항쟁기념재단 출범 국제신문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첫 보도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심의위,  국가기념일 ‘10월 16일’로 추진 결정 국가기념일 지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출범,  100만인 서명운동 돌입 부산시·경남도·창원시 ‘부마항쟁 정신 계승을 위한 협약’  체결, 서명지 정부 전달 행정안전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