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협의회 “관리직은 책임 회피
- 법·제도 명확히 정비하라” 촉구

경남경찰청 진상 조사팀이 진주 안인득 사건이 일어나기 전 잇따른 주민 신고에 미흡하게 대처한 경찰관 11명을 경남경찰청 인권·시민감찰 합동위원회에 넘기기로 결정(지난 14일자 국제신문 11면 보도)하자 일선 경찰들이 ‘현장 하위직’에게만 책임을 지우려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경남경찰청 및 23개 경찰서 직원협의회는 17일 경남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인득 사건 진상 조사 결과 경위 이하 경찰만 감찰조사 대상자로 확정됐다. 관리직의 책임과 반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진상 조사 이후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인권·시민감찰 합동위원회 심의 대상에 책임자도 포함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요구했다.

진상 조사팀이 인권·시민 합동위원회에 넘기기로 결정한 경찰관 11명은 모두 담당 파출소 등에서 근무하는 경위 이하 11명이다. 파출소장(경감) 등 관리자 직책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13일 진상 조사팀은 안인득이 방화·살인을 하기 전 이웃들이 잇따라 위협을 받는다며 신고했지만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신고를 처리한 경찰관 11명은 인권·시민 합동위원회에 넘기기로 했으며, 위원회가 감찰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해당자를 감찰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직원협의회는 “계급이 높은 경찰관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현장 하위직의 희생만 강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면서 “관리직의 책임 통감과 반성이 없이 현장 경찰관만 비난하면, 누가 책임감을 가지고 시민 신고에 대응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또 정신질환자 관련 신고를 처리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명확하게 정비하라고 촉구했다.

직원 협의회는 “진상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내부망에는 법과 제도의 미비에도, 현장 경찰관에게만 무한 책임과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동료를 선처해 달라고 호소하는 글이 여럿 게시되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큰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법과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남경찰청은 “안인득 사건 이전 경찰 조치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다시 한번 면밀히 살피고, 책임 여부를 인권·시민감찰위와 논의하겠다. 1차 책임을 명확하게 규명한 다음, 2·3차로 감독자 책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